대전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추진된다. 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보수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하반기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7일 국제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이날 출범을 알린 조직위에는 대전성소수자부모모임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대전본부,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등 1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추가로 공동 주최 단체를 모집해 퀴어 당사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대전지역 퀴어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선우 조직위 공동 집행위원장은 “서울에서 인천·광주·부산·제주까지 충청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며 “올해 대전에서 충청권 첫 퀴어문화축제를 열어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퀴어만의 축제가 아니라 장애인과 이주민, 여성 등 사회에서 차별받고 혐오받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다양성의 장이자 차이를 인정하는, 참된 민주주의로 가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올해 대전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을 ‘사랑이쥬-우리 여기 있어’로 정했다. 그동안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불식 시켜 나가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축제 개최 과정은 보수단체의 반발로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와 건강한가정만들기국민운동본부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은 조직위가 출범을 알린 장소에서 ‘대전지역 학부모·시민단체연합’ 명의로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퀴어축제 추진에 강력 반대한다”며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퀴어 활동은 처음에는 순수한 문화축제로 포장하지만 얼마 안 가 왜곡된 성 가치관과 정체성 문제 등 음란·퇴폐적인 속성을 드러내게 돼 있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여러 성병·전염성 질환 발생 우려가 있어서 절대 열리면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대전시도 축제 개최에 부정적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전날 퀴어축제 추진과 관련해 “인간 존엄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지역에서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은 대구퀴어축제를 둘러싼 갈등 등을 언급하며 “조용했던 대전에서 (시민단체가) 파문을 일으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이날 “축제를 막으려는 일부 보수 기독교 계열의 적극적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대전시와 대전경찰청에 안전한 축제 개최를 위한 적극적 보호 조치를 요청한다”면서 “축제가 찬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우리는 많은 시민의 지지 속에서 안전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