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서 칸유니스 향하던 유엔 차량에 총격
요르단 등 “이스라엘군 소행 가능성” 주장
높아지는 라파 압박 수위에 미국 “반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구호 활동 중이던 유엔 직원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에 사망했다. 유엔 관계자가 라파에서 목숨을 잃은 첫 사례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군이 유엔 표식이 선명히 박힌 차량을 의도적으로 저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리한 지상 작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라파 압박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라파에서 직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다른 한 명이 크게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어 피해 직원들이 사건 당시 칸유니스 유럽병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라파를 떠나려던 참이었다고 설명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이들은 유엔 상징이 새겨진 호송 차량에 탑승해 있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고, 부상자는 요르단 국적자로 확인됐다.
유엔은 이번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는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부상자가 나온 요르단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한 결과”라며 “요르단은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라파에서 유엔 직원이 사망한 첫 사례라는 점을 언급하며 구호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수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 아닌 계획된 저격 사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익명의 유엔 관계자는 NYT에 “호송 차량은 공중에서 공격받지 않았다. 직접 총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유엔 직원에 대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명을 내고 “이들의 죽음으로 생명을 구하는 의료 물품을 전달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 공격 강도를 높이며 ‘마이웨이’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를 장악한 이후 전차를 중심부로 전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대피 명령에 라파를 떠난 난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라파 주요 도로인 살라후딘로를 전차로 막아 세웠다고 증언했다.
라파 전면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이스라엘 설득도 계속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 격퇴를 보장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을 이스라엘과 논의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위한 정치적 계획을 함께 수반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대테러전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NYT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의 이스라엘 선수단 인질극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