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동자 개념 넓히는 게 정공법”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있는 노동자를 위한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설치를 지시한 데 이어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법·제도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법은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노무제공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은 미조직 노동자가 질병·상해·실업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 지원, 비임금노동자 분쟁 해결을 지원하는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계약서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조직 노동자 권익 보호·증진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도 이 법에 포함된다.
이 법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3월 대표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안’(플랫폼종사자법)의 내용과 일부 포개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공제사업 실시, 사업주의 분쟁 해결 노력 의무, 계약 해지 시 15일 전 사유를 서면으로 줘야 할 사업주 의무, 정부의 표준계약서 개발·보급 의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문재인 정부 당시 노동부가 힘을 싣던 법안이었다.
다만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은 플랫폼종사자법과 접근 방식은 다소 다르다.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종사자에게 부분적인 노동자성이 있으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만큼은 아니지만 일정한 권익 보호를 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은 노동자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정부가 노동약자 권익을 직접 챙기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에서 “디지털 사회에선 특정 사업주를 전제로 하지 않는 노동 보호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문제는 노동자성을 따지지 않고 정부의 의무 위주로 법을 구성할 경우 비임금노동자 권리 보장이 상당히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비임금노동자가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않는 이상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상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지난달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추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지침을 가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노동약자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조직노동자 공제회,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등에 동의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한 노조할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노동자 개념 확대를 통해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노동약자보호법과 플랫폼종사자법은 노무제공자의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플랫폼종사자법을 표지갈이해 내놓았을 뿐이다. 노동관계법상 좁은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