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면 당선인의 시간이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낙선·낙천·불출마한 여당 의원 58명의 선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하면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직전인 이달 말에 재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집권여당이라 원외 정치인에게 줄 자리가 많은 만큼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대부분이 재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비윤석열계의 무기명 찬성표와 낙선·낙천에 실망한 현역들의 불참이 변수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럴 경우 다수 야당의 요구로 21대 국회가 종료하는 29일 전에 재투표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재투표에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재투표를 통과하면 더 이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모든 재적 의원(296명)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범여권 115명 중 98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져야 특검법이 부결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본회의가 예상되는 23일부터 28일까지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특히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낙선·낙천·불출마 의원 58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낙심해 본회의에 나오지 않거나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계파색에 따라 판단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석열계는 윤 대통령의 정부 인사권에 기대를 걸고, 특검법 반대 표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낙선자 중 정진석 의원은 이미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고, 이용 의원은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유력하다. 비현역 낙선인들이 수도권 등 험지를 중심으로 ‘첫목회’ 등의 모임을 만들고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과 달리, 현역 낙선인들이 여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부 낙천·낙선 의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과 갈라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을 쥐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망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차기 당대표는 여러 당직 인선권과 보궐선거·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낙선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몇 개월은 조용히 지켜보면서 뭘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재투표 찬·반을 고민하는 건 비윤석열계 의원들이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한 김웅 의원은 재투표에서도 찬성하겠다고 했다. 다른 비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특검 내용이 잘못된 것은 맞으나 거부권까지 행사할 사안인지 몰라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 입장에선 당에서 낙천되고, 총선에서 낙선된 데 실망해 본회의에 나오지 않는 의원들이 더 큰 고민이다. 과거에도 총선 후 열린 본회의에 낙선·낙천 의원들의 참석률이 낮았다. 결국 원내 지도부가 비윤계와 낙심한 의원들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재투표 결과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