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수 피해가려는 ‘김범석 쿠팡’ 꼼수, 공정위 또 눈감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올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총수로 지정되면 사익편취 금지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각종 의무가 부과되나, 김 의장은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이런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법인 뒤에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려는 꼼수에 공정위는 또 눈을 감아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쿠팡의 동일인으로 김범석 의장 ‘자연인’이 아닌 사업지주회사인 쿠팡(주)을 지정했다. 김 의장의 총수 지정 논란은 2021년부터 촉발됐다. 자산이 5조원 넘어 대기업집단에 포함됐지만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자연인 대신 법인을 총수로 지정했다. 해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올해 시행령을 개정해 ‘동일인 법인 지정이 가능한 예외 규정’ 4가지를 만들었다. 쿠팡은 여기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쿠팡을 지배하는 자연인(김범석)이 최상단회사(쿠팡Inc)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총수 일가가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규정 등이다.

하지만 김 의장 동생 김유석씨 부부가 쿠팡 한국 법인에서 근무 중인 논란이 제기됐다. 이 부부는 글로벌 물류효율 개선총괄과 인사관리전산시스템 운영총괄로 각각 재직 중이며 연봉은 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쿠팡In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친족이면 임원이 아니어도 총수를 대신해 의사 결정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또 기업 상황을 총수에게 보고하며 총수의 눈과 귀 역할도 할 수 있다.

쿠팡은 지난해 자산기준 45위에서 올해 27위가 됐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커져가면서도 노동자의 피와 땀을 도외시한 비윤리적·반노동적인 기업문화로 지탄받고 있다. 2020년 이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업무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무더위 속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이 벌어졌고, 기피 인물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운영해 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의장의 쿠팡 지배력은 공정위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한 기업의 총수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서 각종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건 명백한 특혜다. 국내 기업인과의 역차별 문제도 발생한다. 김 의장이 공적·사적 역할에 걸맞은 의무를 지도록 공정위가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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