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홈 21번째 매진
한화, 선발 페냐 손목 부상 교체
1 대 16 점수차에도 ‘열띤 응원’
결국 NC에 강우 콜드게임 패배
비구름이 몰려오던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어김없이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이번 시즌 한화의 21번째 홈 매진 사례. 22차례 홈 경기 중 지난 2일 SSG전 딱 한 차례만 빼고 모두 만원이었다. 그 2일 경기조차 만원에서 불과 1100석이 모자랐을 뿐이다. 한화는 2015년 세운 한 시즌 구단 최다 매진과 같은 기록을 세웠다.
지난 12일 홈에서 이겼고, 전날에도 지고 있던 경기를 동점까지 따라붙으며 12회 연장 무승부를 이뤘으니 이날만은 승리를 바라볼 수 있을 거라는 팬들의 기대가 느껴졌다. 마침 선발은 외국인 1선발 펠릭스 페냐였다.
1회말 선제점도 올렸다. 3번 요나단 페라자, 4번 노시환, 5번 김태연이 2사 후 세 타자 연속 초구 안타를 때렸다. 한화팬들의 기세 좋은 함성이 경기 초부터 구장에 우렁차게 울렸다.
북서쪽에서 이글스파크를 향해 다가오던 먹구름처럼 바로 다음 이닝부터 한화에 불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2회초 볼넷과 안타를 연달아 내주며 이미 3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한 선발 페냐가 타구에 손목을 맞았다.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손아섭의 타구에 반사적으로 오른손 맨손을 뻗었다. 오랜 세월 몸에 밴 반사적인 동작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페냐는 병원 검진을 받으러 충남대병원으로 이동했다. 미처 몸도 다 풀지 못한 한승혁이 급하게 마운드 위에 올랐다. 연속 안타를 맞으며 석 점을 더 내줬다. 스코어 1-6, 2회 만에 승부가 이미 기울었다.
오후 3시30분쯤부터 경기장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팬들이 우산을 펼쳐 들며 환성을 질렀다. 5회 전에 비가 쏟아져서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이 들려왔다. 하늘은 점차 어두워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구를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사이 NC가 3회와 4회 1점씩을 더 냈다.
5회말 한화 안치홍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아웃카운트 3개가 모두 찼다. 노게임의 가능성은 지워졌다. 그래도 이제 상관은 없었다.
팬들은 한화 선수들의 치고 달리는 동작 하나하나에 박수를 보냈다. 5회말 종료 후 클리밍 타임, 이날 배우 인교진씨의 시구에 시타를 한 배우 차태현씨가 전광판에 잡혔다. 연예계에서 소문난 한화 ‘찐팬’이다. 장내 아나운서와 함께 가벼운 퀴즈 이벤트를 마치고 차씨가 팬들을 향해 크게 한마디 했다. “저희가 지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잖아요, 팬 여러분 파울 타구 다치지 말고 조심합시다!”
7회초, 사실상 결판이 났다. NC가 타자 일순을 하며 8점을 더 냈다. 1-16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팬들은 그래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7회말 1사 후 대타 김강민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비옷을 입은 한화팬들은 이미 7회말 시작부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1점이라도 더 내기를 바라며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는 경기 시작 때보다 더 컸다.
한화 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2사 1루 안치홍의 타석, 걷잡을 수 없이 비가 쏟아지자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주자를 1루에 남기고 1-16 한화의 강우콜드게임 패배로 끝났다.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NC 선발 신민혁이 시즌 3승(3패)째를 올렸다. 그러잖아도 인터벌 빠른 투수가 이날은 더 빠른 템포로 공을 던졌다. 이미 크게 앞선 경기, 팀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무엇보다 우천 노게임을 막기 위해 5회를 먼저 넘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