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감염성 피부 염증질환의 원인과 진행 과정을 새롭게 규명했다. 인체에 침입한 외부 병원체에 맞서 즉시 작동하는 면역체계 중 주요 세포들의 상호작용이 과도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팀(김효정·이윤상 연구원)은 감염성 피부 염증질환의 원인이 선천면역체계 이상 때문이라는 점을 규명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세포·분자면역학(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에 게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백혈구 중 약 60%를 차지하는 호중구의 과도한 염증성 세포사멸(NETosis)과 또 다른 백혈구인 대식세포의 NLRP3 인플라마좀(염증조절 복합체) 간 상호작용이 피부 염증질환을 일으키는 과정을 규명했다.
인체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 등에 대응해 방어 면역체계를 작동하는데, 호중구와 대식세포 등을 포함한 선천면역체계를 통해 첫 번째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호중구는 스스로 사멸하면서 일종의 덫을 만들어 병원체를 공격하고, 대식세포는 병원체를 잡아먹은 뒤 효소를 활용해 분해하는 방식으로 병원체와 싸운다. 다만 감염 초기에 이 면역체계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나타나면 감염성 피부 염증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염증성 여드름 원인균(P.acnes)을 감염시킨 생쥐의 피부 염증 병변에서 호중구의 세포사멸과 대식세포의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 반응이 나타나도록 유도했다. 기존에는 여드름균 감염이 이런 면역반응과 함께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은 밝혀졌으나 그 구체적인 과정이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선 두 종류의 면역반응이 각각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염증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호중구 세포사멸을 억제하면 대식세포의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도 감소하고, 반대로 NLRP3 억제제 투여시에도 세포사멸 유도 또한 억제되면서 피부 염증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호중구와 대식세포의 면역반응 중 하나를 억제하면 다른 하나의 활성도 역시 감소하는 상호 연관성이 염증질환 치료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철호 교수는 “호중구의 염증성 세포사멸에 대한 표적치료가 대식세포의 NLRP3 인플라마좀 활성도 억제해 염증을 개선하며, 두 면역체계의 병용 억제치료가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며 “심각한 감염성 피부 염증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연구가 난치성 피부 염증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