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관세 인하만이 정답일까? “농가 생산 기반·자생력 등 약화” 우려

안광호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과일.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과일. 연합뉴스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자 수입 농축산물 등에 대해 관세를 인하하는 할당관세 적용 품목이 올해 크게 늘었다. 당국은 가격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하지만 지나친 수입 의존으로 농가 자생력이 저하되고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할당관세 운영 계획’을 보면, 올해 농축산물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 중인 품목은 총 63개(5월10일 기준)다. 양배추·배추·당근·바나나·오렌지·닭고기 등 농축산물이 18개, 옥수수·설탕·해바라기씨유 등 가공용 원료 30개, 대두·겉보리 등 사료용 원료 12개, 요소 등 원자재 3개 등이다.

연도별 할당관세 적용 품목(계획)은 2021년 22개(1598만t), 2022년 38개(1906만t), 지난해 46개(1918만t), 올해 63개(약 1800만t)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농축산물 관세 인하만이 정답일까? “농가 생산 기반·자생력 등 약화” 우려

할당관세는 국내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특정 수입품에 대해 기본 관세율의 최대 40%포인트 범위에서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가감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6월 말까지 5000t을 할당관세로 들여오기로 한 오렌지의 경우 기본세율 50%에서 할당관세를 적용해 10%로 낮추는 식이다. 또 지난 10일부터 6월 말까지 최대 6000t을 들여오기로 한 양배추(기본세율 27%)는 관세를 면제했다.

정부는 올해 공급이 부족한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 할당관세 적용 대상을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바나나·망고 등 신선과일과 냉동과일, 과일 가공품 등 21종을 적용한 데 이어 4월에는 키위·체리 등을 추가해 총 29종으로 늘렸다. 이달 10일에는 배추·포도·코코아두(수입 전량) 등 농수산물 7종을 추가했다.

적용 기간은 대부분 6월 말까지이나, 해당 품목 가격이 계속 높을 경우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생산과 공급이 어려워 가격이 급등한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원재료 중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할당관세 품목을 선정하고 할당세율을 매기고 있다”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할당관세 정책이 반복될수록 농가 생산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14일 성명에서 “정부가 국가보조금과 할당관세로 단기 물가 안정에만 치중하는 것은 농민만 말려 죽일 뿐 근본 해법이 아니다”라며 “농산물 수입에 의존할수록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내 농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농축수산물 물가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수입 증가를 통해 가격 안정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반복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농축수산물 생산자의 자생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동희 분석관은 “할당관세 정책은 가격 급등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기적·일시적 정책의 반복 시행은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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