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상은 노벨상인가? 그렇지 않다. 노벨상 상금은 부문별로 1000만스웨덴크로네(12억6450만원)이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분야이며 총상금 규모는 78억원 정도다. 아마도 1901년 출범 당시에는 압도적인 상금이라 지금도 어떤 분야의 최고상을 무슨 무슨 노벨상이라 부른다. 예컨대 ‘아프리카판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이브라힘상은 수상 직후 500만달러(67억3200만원)를 받고 일생 동안 연간 20만달러(2억6932만원)를 받는다. 로또가 따로 없다. ‘종교계 노벨상’인 템플턴상의 상금은 약 140만달러(18억8524만원), ‘공학계 노벨상’인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과 ‘환경 분야 노벨상’인 골드만상의 상금은 7억5000만원 상당으로 비슷하다.
그런데 이들 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이 걸린 상이 있다. 1994년부터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기발한 아이디어 공모대회를 진행해왔다. 2021년부터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기부한 1억달러(1356억8000만원)를 걸고 ‘탄소제거(Carbon Removal)’ 대회를 개최했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연간 기가톤 규모의 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 게 목표다. 대회 시작 이래 88개국 1300여개 팀이 지원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4개팀이 참여했다. 2025년 최후의 승자에게 상금 600억원이 수여된다.
지난 8일 결선에 오른 20개 팀을 발표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아일랜드, 케냐, 오만, 태국까지 본선에 진출했지만 한국팀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상의 존재 자체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 크다.
나는 약 8년간 매일 아침 다양한 매체의 환경 관련 기사를 클리핑해왔다. 매년 10월이면 국내 언론은 노벨상 관련 보도를 앞다퉈 한다. 반면 비단 10월뿐 아니라 1년 내내 환경 관련 보도는 크게 취급하지 않는다. 해외 주요 언론이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글로벌 규제들, 향후 사회경제적 여파를 일목요연하게 심층 보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노벨상은 매년 인류를 위해 크게 공헌한 사람을 분야별로 선정하고 거액의 상금을 줌으로써 전 세계를 각성시켰다. 엑스프라이즈 기술 공모대회 역시 세상의 모든 문제를 우리가 상상하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담대한 희망을 주고, 상금 규모로 탄소감축 과제의 절박성을 일깨워준다.
비교할 바는 못 되나 환경재단도 공모를 통해 기후환경 인식을 높이고 솔루션을 찾는 일을 21년째 해오고 있다. 매년 기후, 에너지, 플라스틱, 생물다양성 등 주제로 환경영화를 공모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열고 있다. 상금 규모는 작지만 올해도 128개 국가에서 약 2871편의 영화가 접수되었다. 이 중 78편을 한 달간 전통적인 극장과 디지털 상영관에서 상영한다. 환경영화제만의 차별점은 17개 교육청과 함께 환경교육 일환으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영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기쁜 일은 작년에 무려 24만명의 학생들이 환경영화를 봤다는 것이고 슬픈 일은 95%가 서울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부디 전국 각지 학생들이 환경영화를 통해 시야를 넓히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미래를 위해 엑스프라이즈를 뛰어넘는 웅장한 꿈이 싹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