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금투세 폐지, 좀비가 살아났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금투세 폐지, 좀비가 살아났다

입력 2024.05.16 20:48

수정 2024.05.16 20:49

펼치기/접기

“감세는 머릿속에 한 번 박히면 끝까지 지워지지 않는 최악의 좀비 아이디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폴 크루그먼의 이 같은 주장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하고, 1400만 개인투자자에게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낙수효과론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은 낙수효과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면 경제 전반에 해악을 입히고, 고소득층에 세금을 낮추면 경제성장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절대 죽지 않는 좀비 아이디어”라고 단언했다.

금투세는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면 과세한다는 게 핵심이다. 투자자의 1%가 부담하는 전형적인 부자세금이다. 하지만 정부는 낙수효과를 근거로 개미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부자세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 금투세를 도입하면 정말 주가가 폭락할까? 정답은 ‘알 수 없다’다. 경제활동은 세금정책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세금 외에 미치는 국내외 변수가 너무 많다. 세금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된다. 예컨대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강한 산타랠리에서라면 금투세 부과는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는 250만원만 수익을 내도 22%의 세금을 매기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올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된 만큼 내년이 금투세 도입의 적기일 수 있다.

금투세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자산소득 감세에 무척 후했다. 앞서 부동산 재산세와 보유세를 큰 폭으로 낮췄다. 지금은 상속·증여세 감세도 추진 중이다. 기초연금도 인상하고 출생아에 대한 지원금도 확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우직스럽도록 감세를 고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신봉해 국채 발행도 하지 않겠다는 정부다. 세금 안 걷고 국채도 발행하지 않으면서 비용을 마련할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고 정부 자체 지출을 아껴 재원을 마련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해외순방비로 249억원을 쓰고, 이도 모자라 일반예비비로 532억원을 더 지출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도 예비비 650억원을 썼다. 해외순방과 대통령실 이전을 위해 ‘국가비상금’에서 꺼내 쓴 돈이 1100억원이 넘는다. 국가재정을 쥐락펴락하는 기획재정부는 1시간 남짓한 추경호 전 부총리 겸 장관 이임식 경비로 495만원을 지출했다. 대형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만 230만원을 썼다고 한다. 전직 홍남기 부총리(17만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12만6000원)과 비교해보면 크게 대조된다. 대통령도 기재부도 돈을 쓴 이유는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맬 것을 강요했던 것을 감안하면 면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민간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원을 자르고, 문화예술 예산 삭감으로 도서관에서 도서구입비와 각종 행사를 줄이고 있다.

누구나 세금은 내기 싫다. 세금은 어떤 식으로든 기존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기도 없고,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걷어야 하는 것은 써야 할 데가 많기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 시대를 맞아 돈을 써야 할 곳이 천지에 널렸다. 세금을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짜낼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 아래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담세력이 있는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다. 또 가급적 노동과 거리가 먼 불로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세금을 찾아보면 금투세만 한 게 없다.

금투세는 지난해 시행되어야 했다. 이를 2년 연기해 내년 시행하기로 한 제도다. 금투세 시행을 믿고 증권거래세는 이미 내렸다. 금투세 폐지는 법적 안정성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금투세를 폐지해야겠다면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다른 세수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금투세 폐지는 나라곳간을 좀비화시킨 최악의 ‘좀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포퓰리즘이 별게 아니다.

박병률 콘텐츠랩부문장

박병률 콘텐츠랩부문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