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KC 의무화 지나쳐”
‘할 말 하는 인상 구축’ 분석
‘젊은층에 다가가기’ 의도도
당내선 ‘총선백서’ 충돌 양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방안을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하며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달 만에 내놓은 공개 메시지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자 당내에선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비윤석열(비윤)’ 스탠스를 잡아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밤 SNS에 “정부 발표대로 개인의 해외직구 시 KC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정부는 지난 16일 80개 품목에 안전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19일 “전면 차단이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한 전 위원장은 4·10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후 SNS에 글 2개를 올렸는데, 첫 번째 글에선 그가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에 대해 “정치인이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반박했고, 한 달 만에 올린 이번 글에선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생각이 당대표 출마 쪽으로 더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선 정부에 할 말은 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느낌은 나지 않는 이슈를 골랐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날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나경원 당선인이 SNS에 ‘정부, KC 미인증 직구 전면 금지 안 한다’는 정부 해명 보도를 공유하며 “다행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적고, 유승민 전 의원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무식한 정책”이라고 비판한 후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유승민 같은 ‘반윤석열’까지는 안 가고, 나경원의 위상을 대체하는 비윤 스탠스를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해외직구를 즐기는 젊은층에 가깝게 다가서려는 의도도 읽힌다. 한 전 위원장은 직접 온라인으로 구입한 ‘1992’ 티셔츠를 입고 부산에 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고 이번 글에서도 “저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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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백서를 고리로 당내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의 충돌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지난 17일 백서 특위 회의에 다수의 공관위원이 불참한 데 대해 “많은 분이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했고, 친한계로 꼽히는 장동혁 의원은 같은 날 SNS에서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못할 날짜를 못 박고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총선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이 의원과 투톱으로 활동한 조정훈 의원이 백서 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친한계에선 백서에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이 크게 적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영입 1호 인사였던 박상수 인천 서갑 조직위원장은 17일 SNS에 조 의원의 친윤계 당대표 출마설 보도를 첨부하고 “총선 백서 위원장으로 백서에 유력한 당권 경쟁자인 한동훈 책임론을 싣고, 백서 작성을 명분으로 전국의 조직위원장들을 만나 한동훈 책임을 추궁한 뒤 한동훈과 당권 경쟁을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