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왜 ‘라인 사태’ 개입을 머뭇거릴까

박상영 기자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13일 경기 성남시 라인야후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의 사옥 모습. 한수빈 기자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13일 경기 성남시 라인야후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의 사옥 모습. 한수빈 기자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짜기업’의 지분 매각으로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주주로서 국민연금이 네이버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국민연금은 네이버 지분 7.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네이버 주식을 5% 이상 소유한 곳은 블랙록 펀드(5.05%)와 국민연금 뿐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들어 올해 변재상 사외이사 후보자 선임에 반대하는 등 최근까지 네이버 경영과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 네이버의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인 라인야후 경영권이 소프트뱅크에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지분 50%씩을 나눠 보유한 라인야후는 지난해 1조8146억엔(약 15조9531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매출을 거뒀다. 최근 ‘라인야후 사태’를 겪으면서 네이버 주가는 곤두박질쳐, 지난 14일 한 때 시가총액이 30조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최근 라인야후는 이사회에서 유일한 한국인 멤버이자 사실상 네이버를 대표하는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제외하는 등 ‘네이버 지우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인야후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경우 네이버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도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일종의 기업판 보호무역주의가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한 곳의 기업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연금은 기업 측에 주주 서한을 통해 관련 사안에 대해 질의할 수 있고,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도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국민연금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2018년 도입했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국민연금은 횡령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임원의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비공개 대화, 공개 서한, 주주제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2018년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내 총수일가의 일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해명하라고 요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KT에 이어 올해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는 국민연금 이사장이 언론 등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다만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 내용은 안전관리 조치 등의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 등을 강구하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도 라인야후가 오는 7월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행정지도 관련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 내용이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도 개입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한 관계자는 “경영진 측에서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지배구조나 환경·사회 문제가 아닌 만큼 현재는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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