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의 사과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있다. 한 사람은 물체끼리 끌어당기는 힘의 원리를, 또 다른 사람은 사람끼리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자 궁구하였다. 결국 뉴턴은 사물의 친화력을, 잡스는 인간의 친화력을 궁리한 셈이다.
뉴턴의 사과만큼이나 이 시대의 애플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애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혁신이다. 직관적 인터페이스, 통합된 시스템 등을 지향하며 세계 정보통신기술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재정립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최첨단 기술과학을 지향하는 회사가 왜 하필 ‘식물성’ 이름을 지었을까? 여러 추측이 있다. 에덴의 사과, 또는 뉴턴의 사과 등과 관련 있다고 추정하지만,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잡스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한때 미국 오리건주의 올원팜(All One Farm)이라는 공동체에서 머물렀는데, 그곳 사과 농장에서 일한 것이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 추억을 소환하며 공동창업자인 워즈니악에게 회사명으로 ‘애플’을 제안하였다. 애플이라는 이름에서, 그는 ‘흥미롭고, 활기차며, 험악하지 않은’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사과를 즐겨 먹었던 그는 그 외에도 당근이나 견과류 중심의 엄격한 채식 중심 다이어트를 지속했으며, 웨딩케이크도 비건으로 할 만큼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캘리포니아 집 앞 정원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Apple Park) 마당에도 사과나무를 포함한 여러 과실수가 심겨 있다.
젊은 시절 인도를 여행하고 선불교 철학에 심취하였기 때문인지, 그는 더하기보다 뺄셈을 좋아했다. 인문적 감성을 담은 뺄셈 디자인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이지 않는 컴퓨터 내부의 회로기판 배치까지 우아하게 디자인할 것을 주문한 완벽주의자 스티브 잡스. 그는 ‘손으로 들 수 없는 컴퓨터는 절대 믿지 말라’며 최소로 최고를 추구했다. 2020년 이름 없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프랑스 칼레 인근 난민촌 벽에 그린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작품에서도 잡스의 오른손에는 작은 컴퓨터가 들려 있다.
최근 애플사는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소비자를 애플 생태계 안에 가둬야 한다’는 잡스의 경영 철학이 ‘담장 친 정원’ 전략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타사 기기와의 호환을 막은 폐쇄 경영이 결국 비판받게 되었다. 만인의 소통을 위해 출발한 초심을 다시 새겨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