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 없이 내장 앱으로 AI 기능 제공
검색했던 컨텐츠 기억·이미지 생성·영어 번역 등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PC 신작을 공개했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기 자체의 성능을 대폭 높인 ‘온디바이스 AI PC’다.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PC 산업이 MS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AI를 적용한 신제품들에 힘입어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MS는 20일(현지시간) 본사가 있는 미국 위싱턴주 레드먼드에서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고 “코파일럿+PC는 역대 가장 빠르고 지능적인 윈도 PC”라고 소개했다. 코파일럿+PC는 생성형 AI 구동에 최적화된 고성능 PC를 뜻하는 브랜드명이다. MS는 코파일럿+PC를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부터 윈도즈, PC 시스템까지 하나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코파일럿+PC는 다양한 내장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생성형 AI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MS는 대표적인 기능으로 ‘리콜’을 소개했다. 사용자가 윈도를 사용하면서 봤던 모든 것을 AI가 보고 다시 기억하는 기능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검색했지만 창을 닫아버려서 다시 찾을 수 없는 이미지나 작업 등을 AI가 기억해준다. 실시간으로 AI 이미지를 생성·편집하는 ‘코크리에이터(Co-creator)’ 기능 및 40개 이상의 언어 음성을 영어로 번역하는 ‘라이브 캡션’도 담겼다.
코파일럿+PC에는 퀄컴의 AI PC 전용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가 탑재됐다. 퀄컴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이 칩은 AI 연산에 필수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능을 극대화했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헥사곤 NPU는 45 TOPS(초당 1조번 연산처리)의 성능을 갖췄다. AI 칩 경쟁 모델로 꼽히는 인텔의 ‘코어 울트라’(34 TOPS)나 AMD의 ‘라이젠 8040’(39 TOPS) 프로세서 대비 더 높은 수치다.
코파일럿+PC는 일종의 브랜드명이며, MS는 코파일럿+PC를 구현한 첫 하드웨어 모델로 이날 ‘서피스 랩톱’과 ‘서피스 프로 태블릿’을 공개했다. 서피스는 MS의 자체 기기 브랜드다. 코파일럿+PC 가격은 999달러부터 시작한다. 이날부터 사전 예약을 받고 다음달 18일 본격 출시된다.
아수스, 레노버, 델, 삼성전자 등 많은 노트북 제조사들도 코파일럿+PC를 구현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이날 새로운 노트북 모델인 ‘갤럭시북4 엣지’를 공개하면서 “MS와의 협력을 통해 통합형 클라우드 AI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갤럭시 북 시리즈 최초의 ‘코파일럿+ PC’”라고 소개했다.
MS의 코파일럿+PC는 애플 ‘맥북’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애플은 자체 PC 반도체인 ‘M시리즈’ 칩을 앞세워 PC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생성형 AI에는 한 발 늦어 MS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이날 서피스 랩톱이 애플의 M3칩을 기반으로 한 맥북 에어보다 58% 빠르고, 배터리 수명은 20% 늘어났다고 홍보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맥 시리즈에서 혁신을 이루는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며 “이제는 우리는 그들을 능가할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매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내내 침체돼 있던 PC 시장은 AI 붐에 힘입어 활기가 돌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해 출하되는 PC 제품의 19%가 AI 성능을 갖출 것으로 보이며, 2027년에는 그 비율이 6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