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대리인제도 대상자 ‘관계인’까지 넓힐듯
가족, 회사동료 등이 당하는 ‘지인추심’ 줄어들까
가족이 빌린 돈을 강제로 떠안고 빚 독촉에 시달린 불법추심 피해자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21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채무자대리인’ 제도 변경안을 이달 말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2020년 도입된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미등록·등록 대부업자에게 법정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았거나 불법추심 피해를 본 채무자들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지원책이다. 채무자가 법률구조공단에 불법추심 피해 사실을 알리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의 추심과정을 일체 대리하게 된다. 자연히 사생활을 방해하거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는 위법적 추심이 줄어들어, 현장에선 피해 구제 효과가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불법추심의 대표적 유형인 이른바 ‘지인추심’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구제 받기 어려웠다. 지인추심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고 대신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채무자 당사자가 잠적해버리면 관계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 관계인이 채무 대리인을 신청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지인추심이 불법추심의 가장 흔한 유형이라고 말한다. 앞서 금융위 자체 설문조사를 보면 지인추심은 불법추심 유형의 60%를 차지했다. 현재로선 경찰에 신고하는 게 유일한 해결 방안인데, 한정된 경찰 인력 여건상 적극적 구제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청년동행센터 전영훈 상담관은 “채무자 대부분은 사채를 쓸 때 처음부터 지인 연락처를 적어내는데, 이후 돈을 갚지 못하면 업체에서 가족과 직장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망신을 주거나 대신 변제를 요구하는 일이 아주 흔하다”며 “피해자들이 대부분 경제적 취약계층이라 경찰 신고 후 형사처벌에 필요한 입증자료를 스스로 갖추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제도 개선과 별개로 불법사금융 피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올해 예산은 12억5500만원에 불과하다. 6억400만원이던 2021년 예산과 비교해선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 대부업 이용이 어려워진 취약계층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TF가 출시된 뒤 대대적 단속이 실시된 결과 지난해 검거된 인원은 2195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