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형사사법체계가 정쟁의 트로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 총장은 “형사사법체계는 국민의 생명·신체·안전과 재산을 범죄로부터 지키고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유지되고 발전돼야 한다”고도 했다. 차기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을 축소·통제하려는 야권을 향해 검찰 수장으로서 반대 뜻을 천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 총장 말대로 검찰권으로 대표되는 형사사법체계가 특정 정치권력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형사사법체계는 오로지 국민을 보호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 그렇다면 작금의 검찰 행태는 어떤가. 이 총장이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지난 2년간 검찰과 정권은 한 몸으로 움직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국정 운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여당·정보기관의 요직까지 검사가 차지했다. 민간기업에 고위 임원으로 진출한 검사 출신이 70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법무·검찰 인사의 기준은 ‘윤심’ 하나였다. 특수통인 이 총장 역시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이 우려됐고, 실제 지난 2년간 검찰의 팔은 철저히 안으로 굽었다. 전 정부와 야당 대표에 수사와 기소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최고권력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비판 언론에 대한 옥죄기도 지속하고 있다. 반대로, 정권엔 검찰만큼 훌륭한 방탄막이 없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고발된 지 5개월 만에 이런 내용이 대서특필되는 것 자체가 검찰의 비정상적 상황을 방증한다.
지난 총선은 ‘검찰 파시즘’으로 치닫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서 검찰권 통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겨냥해 이 총장이 ‘정쟁의 트로피’ 운운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총장 역시 일개 검찰주의자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검찰권을 비롯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이 총장은 국민이 위임한 검찰권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지금처럼 총장직을 수행할 생각이라면 남은 임기 4개월이라도 국민에 반납하는 것이 옳다.

이원석 검찰총장. 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