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거부권 얘기 꺼내자 호통”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상황을 두고 국회의장 직무 수행 중 가장 자괴감이 든 일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21일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 강연에서 현 정부가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국회의장으로서 겪었던 일들 중 가장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9번의 거부권 행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쟁을 거듭하다 일방적인 실력 행사와 거부권 행사로 종결되는 지금의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정치는 허공에 헛주먹질하는 후진적 정치”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의회 정치를 오래 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거부권 행사를) 한 번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얘기했는데 호통을 쳤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일각에서는 요즘 안 되면, 웬만하면 거부권 행사하자고 이를 권한으로 생각하는데, 헌법적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과 관련해 대통령의 재의 요구 뒤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좋은 협치 사례로 들며 “여야가 이태원 특별법과 같은 방식으로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아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이날 강성 팬덤의 목소리가 팽배한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을 ‘대의민주주의 위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정치인들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패륜아가 된 것처럼 (비난받는다)”며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상황에 (일부 대중은)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을 향해 ‘수박’이라 부르며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 속에 진영정치와 팬덤정치가 생겼고, 이에 따라 나쁜 폐해도 생겨났다”며 “정치는 나를 뽑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