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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가야의 ‘특별한 토기’…산 자들의 염원을 담아내다

입력 2024.05.22 15:16

수정 2024.05.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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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

의례용 항아리·그릇받침 등 200여 점 선보이는 드문 토기전

가장 이른 시기의 ‘금관’도 나와

호림박물관이 신라·가야시대의 의례용 항아리와 그릇받침 등을 유례 드물게 대거 선보이는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를 열고 있다. 사진은 1500여년 전의 ‘토기 바리모양 그릇받침 및 둥근바닥에 목이 긴 항아리’(토기 발형 그릇받침 및 원저장경호, 4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호림박물관이 신라·가야시대의 의례용 항아리와 그릇받침 등을 유례 드물게 대거 선보이는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를 열고 있다. 사진은 1500여년 전의 ‘토기 바리모양 그릇받침 및 둥근바닥에 목이 긴 항아리’(토기 발형 그릇받침 및 원저장경호, 4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국내에서 발굴된 가장 오래된 토기는 약 1만년 전에 빚어진 것이다. 제주도 고산리의 신석기시대 초기 유적에서 나왔다. 인류가 농경과 정착생활을 시작하며 구워낸 토기는 음식의 조리·보관 등 여러 용도로 인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최고 발명품의 하나다. 보통 도기·자기보다 낮은 온도에서 굽는다.

신석기시대 이후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유적 발굴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유물이 토기다. 형태나 무늬·제작방식에 특정 시대와 지역별 특징이 녹아 있다. 고구려·백제·신라·가야 등의 제작지, 시대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표지유물이다. 다른 유물들에 비해 대중적 주목은 받지 못하지만 학술적으로 극히 귀중한 게 토기 유물이다.

둥근 바닥에 목이 길고 유례 드물게 뚜껑까지 남아 있는 항아리(토기 유개원저장경호, 5세기, 위)와 ‘원통모양 그릇 받침’(5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둥근 바닥에 목이 길고 유례 드물게 뚜껑까지 남아 있는 항아리(토기 유개원저장경호, 5세기, 위)와 ‘원통모양 그릇 받침’(5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토기는 특성상 부서지기 쉬워 주거지 같은 생활유적에서는 깨진 조각으로 발굴된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온전한 형태의 삼국시대 토기는 주로 지배계층의 무덤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는 주검과 각종 생활용품·장신구 등 껴묻거리(부장품)를 함께 묻었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며 애도하고 저 세상에서의 평안한 삶을 기원하는 중요한 의례였다.

특히 공을 들여 만든 항아리, 그릇받침, 굽다리접시(고배) 같은 토기들이 묻혔다. 장식이 이뤄진 이들 토기에는 여느 토기들과 달리 죽은 자를 향한 산 자들의 추모와 애도, 공경의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의례용 토기들에서 우리는 당대 사람들의 조형감각, 죽음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가치관, 장례문화 등을 엿볼 수 있다.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에 선보이고 있는 삼국시대 이른 시기의 ‘금관’(호림박물관 소장, 4세기 추정). 호림박물관 제공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에 선보이고 있는 삼국시대 이른 시기의 ‘금관’(호림박물관 소장, 4세기 추정). 호림박물관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둥근 바닥의 목이 긴 항아리(토기원저장경호, 5세기), 토기 항아리 뚜껑(4세기),  네 귀가 달린 토기(토기사이호, 4세기)의 세부모습과 토기사이호. 호림박물관, 도재기 선임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둥근 바닥의 목이 긴 항아리(토기원저장경호, 5세기), 토기 항아리 뚜껑(4세기), 네 귀가 달린 토기(토기사이호, 4세기)의 세부모습과 토기사이호. 호림박물관, 도재기 선임기자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이 신사분관(서울 강남구 호림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는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는 드물게 만나는 토기 특별전이다. 1500여년 전 빚어진 신라와 가야의 의례용 토기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형태·무늬의 항아리(호)와 그릇받침(기대)이 대거 선보여 주목된다.

모두 220여 점의 유물이 나온 특별전에는 갖가지 모양의 상형토기와 흙으로 만든 작은 인형인 토우, 금관·금동관·금제 귀걸이 등 껴묻거리도 일부 나왔다. 특히 호림박물관 소장품인 ‘금관’은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금관으로 추정된다. 출토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학술적 연구가 미진하고, 전문가들 사이에 여러 이견도 있다. 박물관 측은 천마총·금관총 금관 등 신라시대 전형적 금관 이전인 4세기 경 작품으로 본다.

바리모양 그릇받침(5세기, 왼쪽)과 원통모양그릇받침(4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바리모양 그릇받침(5세기, 왼쪽)과 원통모양그릇받침(4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이번 특별전은 항아리와 장신구(제1전시실), 그릇받침(제2~3전시실)을 중심으로 3개 전시실에 펼쳐졌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신라·가야의 온전한 항아리만 30여 점에 이른다. 바닥이 평평한 고구려와 달리 둥근 경우가 많다. 항아리들 저마다의 색감·질감과 함께 소박한 멋이 은은하게 풍긴다. 특히 표면에는 섬세하게 새긴 여러 무늬들이 있어 제작자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다. 항아리 윗부분에 4개의 동그란 귀가 달려 있는 ‘토기 사이호’(4세기), 굽다리가 있는 목이 긴 항아리(대부장경호), 독특한 모양의 뚜껑과 둥근 바닥에 목이 긴 항아리(유개원저장경호) 등이 대표적이다.

굽다리접시는 죽은 자를 위한 봉헌물을 담는 제기로 사용된 것들이다. 발굴 당시 고배 안에서는 동물·생선 뼈, 곡식·과일 씨앗, 조개껍데기 같은 음식물 흔적이 남아 있었다. 쇠방울·작은 칼 같은 금속품이 담겨 있는 경우도 많다.

기마인물형 토기(위 왼쪽)와 과 흙 인형인 토우(위 오른쪽), 특별전 전시장 전경 일부. 도재기 선임기자

기마인물형 토기(위 왼쪽)와 과 흙 인형인 토우(위 오른쪽), 특별전 전시장 전경 일부. 도재기 선임기자

특별전의 핵심이라 할 그릇받침은 무려 120여 점이 선보인다. 원통모양을 비롯해 화로·바리모양 등이다. 항아리를 받치는 용도로 보이는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주로 지역의 최고 지배자 무덤에서 출토됐다. 대부분 1점이 발견되지만 경주의 황남대총 남쪽 무덤 등 대형 무덤에서는 여러 점이 나오기도 했다. 화로모양·바리모양 그릇받침은 받침 기능 외에 굽다리 접시처럼 그 자체가 그릇의 기능도 할 수 있다. 그릇받침들은 신라와 가야의 양식차이는 물론 가야에서도 김해의 금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고령의 대가야 등 지역에 따라 특징들이 있다.

항아리와 그릇받침이 온전한 모습으로 함께 발굴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함께 짝을 이룬 유물들을 만날 수있다. 별도 공간에 전시된 ‘토기 바리모양 그릇받침 및 둥근바닥에 목이 긴 항아리’(4세기) 등이다. 조형미와 더불어 섬세한 무늬들의 조화도 돋보인다.

전시장에는 수십여 점의 토기들을 한눈에 비교·감상할 수있도록 선반을 활용하거나 무덤 속에 어떻게 묻혔는지를 보여주는 가상의 무덤 전시 등도 마련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호림박물관 이원광 학예실장은 “신라·가야의 의례용 항아리·그릇받침을 통해 당시 토기는 물론 추모 의례, 매장문화, 사후세계관 등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있다”며 “토기의 다양성, 조형미, 다채로운 무늬를 비교·감상하면 보다 흥미로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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