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진료기록까지 제출, 절차 까다로워져”
유족 “휴직 부여 기간 단축돼 스트레스 가중”
이달 초 발생한 서울 강북구 보건소 공무원 사망 사건을 두고 구청의 질병휴직심사위원회가 도마에 올랐다. 진단서 외 진료기록까지 제출해도록 절차가 까다로워진데다, 심사 결과, 신청한 것보다 휴직 기간이 짧아져 스트레스가 가중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22일 강북구 등에 따르면 강북구는 2022년부터 질병휴직심사위 제도를 만들어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통해 휴직 기간 등을 결정하고 있다. 병가를 악용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의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들이 진단 결과를 점검해 휴직의 필요성을 따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일 숨진 공무원 A씨도 상급자와의 갈등 등으로 지난해 병가 신청을 하면서 질병휴직 심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우울증·손목 등 근골격계 질환 등 진단을 받은 그는 휴직 6개월을 신청했으나 심사위는 휴직 기간 3개월만 부여했다. 유족 측은 A씨가 병가가 줄어들면서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 공무원의 병가 심사는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관련 서류를 접수한 뒤 심의·처리한다. 서울에서 이를 별도 위원회가 맡은 자치구는 강북구 외 노원구 정도다. 이들 위원회에는 의료진이 포함돼면 진단서뿐 아니라 개인 진료기록을 요구해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는 것이 전국공무원노조 측의 설명이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질병 휴직 신청자에게 진단서뿐 아니라 진료기록까지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공무원에게는 어떤 형태든 ‘위원회’ 심사는 압박으로 느껴져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질병휴직심사위원회’ 자료 제출의 심적 부담, 경직된 조직 문화 등으로 상당한 심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질병휴직심사위원회 등 공직사회의 억압적, 반민주적 제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구 관계자는 “최근 휴직의 종류가 늘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 불필요하게 질병휴직을 신청하는 문제를 막고자 전보다 면밀히 심사하게 된 것”이라며 “A씨가 두 가지 증상에 대한 진단서를 내고 그 중 한가지 진단에 대한 휴직을 인정받아 6개월에서 3개월로 준 것이다. 3개월 후 필요하면 휴직 연장이 가능했고, 아픈 분의 휴직을 막을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