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회사들의 무료배달 경쟁이 과열되면서 배달노동자(라이더)들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24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도로를 달리는 라이더와 땀 흘리며 노동하는 자영업자들에게서 얻은 이익으로 저 높은 건물을 올린 배민을 규탄한다”고 했다. 오토바이 100여대를 나란히 세워둔 200여 명의 라이더들은 길 건너편 본사까지 행진한 후 배민 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최근 배달 플랫폼들이 앞다퉈 내놓는 무료배달 서비스 등이 라이더와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이달 말 일정 구독료를 내면 무료 알뜰배달과 한집배달 배달료 인하 등을 제공하는 ‘배민클럽’을 시작한다. 이들은 해당 정책으로 라이더는 배달료가 삭감되고, 자영업자는 수수료가 올라 사실상 ‘무료노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라이더들은 우아한형제들이 이달 말부터 B마트에 구간배달(알뜰배달)을 도입하는 것 역시 배달료를 30% 정도 삭감하는 효과를 일으킨다고 했다. 지난 7일 개정된 배달대행 약관은 취소된 배달 건에 대한 배달료 지급 시점이 픽업 이후로 한정되고, 취소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이렇게 (라이더들을) 쥐어짜서 배민은 2년간 1조1000억원을 벌었다”며 “배민은 배달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라이더와 상점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무료 배달’ 가게가 되기 위해선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 상점주들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플렛폼을 위한 전국사장님 모임’은 이날 “배민의 무분별한 수익률 증대 정책에 의해, 라이더, 업주, 고객들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며 라이더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냈다.
라이더들은 배달료 삭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배민의 조치들을 거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약관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앱 접속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인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탓에 이 같은 상황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김문성 배달플랫폼노조 조직실장은 “임금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불이익이 명시돼 있어 임금을 함부로 깎을 수 없다”며 “하지만 배민은 라이더들의 임금을 약관으로 규정해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최저임금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배민은 배달료를 2000원대로 떨어뜨렸는데 최저임금 노동자와 비슷한 소득을 벌기 위해선 한 시간에 7~8건의 배송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적용될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테이블에도 올라 있다.
배민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플랫폼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기업으로서, 배달 환경에 관한 제반 사항을 대표 교섭노조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반성장 파트너인 라이더들의 더 나은 배달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