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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도 산업안전보건법 근거로 괴롭힘 예방 요구할 수 있다

입력 2024.05.26 13:55

수정 2024.05.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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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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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근거로 괴롭힘 방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건국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일하던 캐디 배모씨 사망사건에서 건국대 법인이 낸 상고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2019년 7월부터 건국대가 운영하는 경기 파주시 KU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배씨(사망 당시 27세)는 캐디들을 통솔·관리하는 ‘캡틴’ A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골프장 캐디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배씨 유족이 가해자 A씨, 건국대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해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가해자뿐 아니라 사업주인 건국대의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했다. “건국대가 가해자 A씨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건국대 법인이 산안법상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산안법 5조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로부터 노무제공을 받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안법 77조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이 쟁점에 대한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건국대의 배상책임 범위를 설명하면서 “사업주인 건국대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었던 배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고(산안법 5조, 77조, 시행령 67조 참조), 가해자 불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배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배씨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상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산안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산안법 5조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전반’을 포괄해 사업주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만큼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괴롭힘 보호를 넘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족을 대리한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산안법 5조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적용한 첫 사례로 전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해 일반적인 보호의무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괴롭힘을 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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