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뉴얼 어긴 훈련병 사망 사고, 엄정 수사하고 재발 없어야

육군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다가 숨졌다. 쓰러지기 전 20㎏이 넘는 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돌았다. 그것만으론 부족해 군장을 멘 채 팔굽혀펴기까지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가혹한 벌을 받았단 말인가. 일주일 전에는 다른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사망했다. 피지 못하고 스러진 젊은이들의 비보가 안타깝고 슬프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 인제군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이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25일 사망했다. 얼차려로도 불리는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매뉴얼에 따라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일컫는다.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뛰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군 훈련 규정 위반이다.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해야 한다. 사망한 훈련병은 팔굽혀펴기도 했다. 이 역시 규정 위반이다.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팔굽혀펴기는 맨몸으로 하도록 규정에 명시돼 있다.

심지어 당시 훈련병의 안색이 나빠지자 함께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훈련 규정을 지키고 현장의 간부가 훈련병들의 상황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훈련병들이 벌을 받은 사유도 기가 찬다. 밤에 생활관에서 떠들었다는 것이다.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13일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입대 10일밖에 안 된 훈련병이 매뉴얼도 어긴 얼차려에 희생된 셈이다.

군대에서 인명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와 가족은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신성한 국방 의무를 수행하러 입대한 청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군대가 과연 국민을 지킬 수 있는지 회의도 든다. 군대 사고를 막으려면 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드러나듯 사병을 군대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군 지휘관과, 이 정도 사건으로 지휘관을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격노했다는 군 통수권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방부와 군당국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민은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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