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탈피 원하는 중동의 ‘오일머니’, 한국 AI 기술 눈독…윈윈 기대 확산

김상범 기자

사우디 ‘데이터AI청’ 판교 찾아가
네이버·카카오와 기술 협력 타진

중동 맞수 UAE 대통령도 방한
이재용·최태원·정의선 회장 만나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

2019년 설립된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의 모토다. 석유부국인 사우디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SDAIA가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허브 판교를 찾아 네이버·카카오의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살펴봤다.

석유 의존성을 탈피하고 디지털 주도권을 쥐려는 중동 국가들의 노력과 투자자 및 수주처를 찾는 테크 기업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AI 산업에서 ‘오일 머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SDAIA 방문단이 전날 판교 사옥을 방문했다고 28일 밝혔다. 압둘라 빈 샤라프 알감디 청장을 비롯한 방문단은 카카오모빌리티의 AI 및 이동 데이터 기반 기술을 견학했다.

방문단은 지난 23일 네이버에서 특히 거대언어모델(LLM)과 관련해 “메타 ‘라마 3’처럼 오픈소스로도 개발할 수 있느냐” “데이터 확보는 어떻게 했느냐”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알감디 청장은 아랍어 LLM 기반 AI 모델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석유 중심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사우디의 프로젝트 ‘비전 2030’에서 AI는 핵심 비중을 차지한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SDAIA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는 조만간 4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웃 나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비슷한 야망을 갖고 있다. UAE는 10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AI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올 초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7조달러(약 9300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나섰을 때 UAE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UAE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국빈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만났다. 이날 ‘한·UAE 비즈니스 투자 포럼’에서도 AI 등 IT 사업 및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사우디와 UAE 두 나라가 서로 중동 지역의 ‘AI 맹주’를 자처하며 경쟁적으로 자금을 투척하는 모습이다. 두 나라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다퉈 사들이며 추가 데이터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중국을 제외하고 자국에서 LLM을 만들어낼 역량을 갖춘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자국어와 고유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소버린 AI를 구축하려는 국가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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