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1540명 늘어난 4695명으로 확정됐다. 교육부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3개월여 앞둔 30일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의 59.7%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밝혔다. 과거 평균 40%선보다 크게 늘려 증원되는 비수도권 의대생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려는 뜻이 담겼다.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한 2023학년도 지방 국립 의대 졸업생의 지역 정주 비율이 일반전형 출신보다 20%포인트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갈수록 공동화되고 있는 지방 의료 현실에 견줘 지역인재전형 확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금도 일부 지방 의대는 정원의 7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정부는 학비·생활비 지원 등을 조건으로 지역의료기관에 장기 근무하도록 하는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택에 맡기는 방식이라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상국립대는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 의무 근무토록 하는 ‘지역의사 전형’을 신설하려다 교육부 제동에 걸려 무산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대로는 지방에 남는 의사들이 늘어난들, 기피 과목으로 지목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지방 의료 인프라 확충 없이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 응급·중증환자 치료 개선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의사 증원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큰 틀과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료원 사업은 경제성 논리에 밀려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지난해 울산·광주의 지방의료원 사업이 기획재정부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데 이어 인천시 제2의료원 신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 공백과 입시 혼란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27년 만에 힘겹게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증원은 반드시 지방·필수의료 강화로 연결돼야 한다. 비수도권 의대 증원이 의대 진학을 위해 조기에 ‘지방 유학’을 떠나는 꼼수로 이용되지 않으려면, 지역인재전형 출신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의무 복무케 하는 ‘지역의사제’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이 대학과 이어지는 지방의료원을 만들어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의사들도 2026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을 논의할 의·정 대화체를 만들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