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흘 새 오물풍선·방사포·전파교란, 북 긴장 고조 멈춰야

북한이 28일 밤부터 29일까지 남쪽으로 날려보낸 오물 풍선 대남전단이 전국 각지에서 260여개나 발견됐다. 군 화생방신속대응팀과 폭발물해체반이 투입돼 수거·해체한 비닐봉지 안에는 종이 조각, 헌 신발, 분뇨 등 잡동사니가 들어 있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휴지장과 오물짝들”을 의도적으로 “대량 살포”한 걸 인정했다. 북한은 30일에는 대형 방사포로도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또 서해상에서 이틀째 GPS 전파 교란을 이어가면서 여객선·어선들의 GPS가 오작동하기도 했다. 유엔사령부는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인지 조사에 착수했다.

북한의 잇단 긴장 고조 행위를 규탄하며, 당장 멈추기를 촉구한다. 이번에 풍선에 매달려 날아온 내용물은 쓰레기인 걸로 드러났지만, 군 화생방신속대응팀 등이 투입된 데서 보듯 방사능·생화학 무기일 수도 있었다. 저강도 도발이지만 섬뜩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가 저들이 늘상 하던 일을 좀 해보았는데 왜 불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야단을 떠는지 모를 일”이라며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라고 했다. 오물 풍선 살포가 최근 남측 민간단체가 보낸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이었음을 의미한다.

오물 풍선은 북한 군당국이 내려보냈다는 점에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 부부장이 ‘표현의 자유’라고 했지만 북한에서 그런 자유가 보장된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논리적으로 따져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에서 ‘대북전단은 정의롭고, 대남전단은 불의하다’는 흑백 논리에 갇혀 조금씩 맞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지금처럼 남북 소통채널이 끊어진 상황에서 작은 공격이라도 서로 맞대응하다 보면 더 큰 충돌로 나아가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보수 일각에서 군이 북한 오물 풍선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질타하며 이참에 대북 확성기 선전방송도 재개하라고 하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도 자제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이다. 하물며 정부가 앞장서 그런 식의 맞대응에 나선다면 많은 국민들이 결코 안심하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 안보를 책임진 정부는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북한에 선제적으로 소통채널을 복구하자고 제의해야 한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 발사한 30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 발사한 30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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