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물풍선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대거 발사한 3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북한이 30일 대량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27일 군사정찰위성 2호 발사와 28·29일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이어 대남 위협과 도발을 이어갔다. 국제사회와 남한은 물론 북한 내부까지 염두에 둔 다목적 행보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14분쯤 평양시 순안구역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10여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된 미사일은 350km를 날아 함경북도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에 떨어졌다. 초대형 방사포(KN-25)를 사용해 15~19발을 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험발사 등의 명목으로 한두 발을 발사해온 것과 비교하면, 대량의 미사일 발사는 이례적이다.
평양에서 350㎞ 거리에는 서울·대전 등 대도시와 청주·수원·원주·서산 등 주요 공군 기지가 넉넉히 들어간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은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GPS 교란 공격을 했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서북도서 일대에서 GPS교란 신호가 탐지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단, 이로 인해 군이 입은 피해는 없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는 정찰위성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31일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와 해당 회의 소집을 요청한 한·미·일을 상대로 ‘자신들의 자위권 행사를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우리 군의 고강도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은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7일 전방 중부지역 비행금지선(NFL) 이남에서 F-35A 등 전투기 약 20대로 훈련을 펼쳤다. 비행금지선은 군사분계선 남쪽 10km쯤에 설정된 지역으로, 군이 북상할 수 있는 최대 위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탐지할 수 없는 F-35 전투기가 코앞까지 진출한 것은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공군력의 열세에 놓인 북한이 방사포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봤다.
북한 무기의 대외 수출을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 수출 목적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술 고도화뿐 아니라 과시용·판매용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위원도 “러시아뿐 아니라 향후 중동국가들의 수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7일 밤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실은 신형 로켓을 발사했지만, 발사 2분여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어 28일밤부터 오물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보냈다. 전국에서 발견된 260여개의 풍선에는 약 10kg 무게의 퇴비·담배꽁초·폐건전지·폐천조각이 담겼다고 합참은 확인했다.
통일부는 잇따른 도발이 북한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대남 적대관을 주입하고 긴장을 조성해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경제난으로 주민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외부의 적에게 화살을 돌려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계산이란 것이다. 다음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와 이어지는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를 염두에 두고 행보로도 볼 수 있다. 우선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한·일과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에 대한 우회적 압박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중국은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미국에 파견해 커트 캠벨 부장관과 양자협의를 진행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 교수는 “연이은 도발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