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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원고료

막막(makmak)을 뒤집으면 캄캄(kamkam)이라는 말장난을 보았다. 관점을 바꿔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니, 어쩜 그리도 막막하고 캄캄한지…. 작가로 지내면서 나도 종종 그런 감정에 빠졌다. 마감일이 코앞인데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 때. 당장 닥쳐오는 일정에 허덕이느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프리랜서로 몇년 혹은 몇십년을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해질 때. 통계청의 예술인 실태조사를 참고하면 작가 중에서 예술활동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얻는 사람은 전체의 10% 이하다.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많겠냐마는, 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상당량의 불안과 우울을 공유하는 편이다. 이번에 출판 관련 지원금이 더 삭감됐다더라. 전쟁으로 종잇값이 올라서 제작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더라. 한국 출판사들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0% 넘게 줄었다더라. 분명 새로운 소식인데 하나도 신선하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책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 예전부터 그랬듯이, 지금은 더더욱.

개인적으로는 원고료가 오르지 않는 점이 신경 쓰인다. 다른 분야는 어떤지 몰라도 문학 분야의 원고료는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동결 수준으로 멈춰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평·평론의 평균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1장당 9857원으로, 예년보다 443원 증가했다. 최저임금인 시급 9860원보다 3원 적은 액수다. 그럭저럭 먹고사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허덕허덕 일해야 한다. 마감(magam)은 뒤집어도 마감(magam)이다. 아무리 데굴데굴 굴러봐도 변하질 않는다. 나는 꼼짝없이 마감에 목매야 하는 신세다.

그래도 데굴데굴 굴러도 변하지 않아 좋은 말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은 ‘용기’다. 대학생 시절 ‘용기를 내세요’라는 말이 마음에 콱 박혔다. 학교 건물 곳곳에 용기를 내라고 쓰인 종이가 붙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에야 알았지만 그건 버섯 재배 키트를 나눠주는 프로젝트의 홍보물이었다. 적당한 용기를 가져오면 버섯 포자 등을 무료로 담아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버섯은 어떤 용기에서든 잘 자라는 편이고, 여타 식물에 비해 빨리 성장한다. 고이 놔두었다가 따서 먹으면 된다. 그때부터 ‘용기를 내세요’는 쑥쑥 자라나는 버섯이 되었다. 알차고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가 닻처럼 자리를 지켰다. 덕분에 내게 ‘용기를 내세요’는 절대로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것도 누군가의 말장난 덕분이다.

말장난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사랑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일하기 싫다’고 말해버렸을 때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난 내 일을 사랑해’라고 세 번 말한다. 샤이니의 멤버 ‘키’가 쓴다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었다. 과연 16년째 아이돌로 활동하는 사람답게 귀담아들을 점이 많았다. 게다가 실제로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아무도 내게 작가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택한 일이다. 그리고 자기 일을 좋아한다는 점은 소득다운 소득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는 원고료가 오르면 좋겠고,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말을 여기에도 닻처럼 늘어뜨려본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감축. 문화생활 보장.

심완선 SF평론가

심완선 SF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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