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부 조사본부 ‘채 상병 수사 축소’, 진상과 윗선 밝혀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당시 주호주 대사가 지난 3월21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당시 주호주 대사가 지난 3월21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놓고 최종 보고서에는 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가 임 전 사단장 혐의를 제외하려고 해병대 수사단에 1차 외압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2차 외압을 가했다면, 원하는 결론을 얻을 때까지 조사 주체를 바꾸어가며 외압을 행사한 이런 행태야말로 권력농단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박정훈 수사단장이 임 전 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로 사건을 이첩하자 경찰에서 사건기록을 회수한 뒤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사건기록을 재검토한 조사본부는 17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현장 일선의) 외적 자세만 확인하게 함으로써 수색 현장의 안전 업무를 훼방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또 “범죄 성립 여부 등 범죄에 대한 법적 판단은 수사기관에서 면밀한 수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며 “인지한 범죄 사실 또는 범죄의 단서를 신속히 민간으로 이첩해 신속·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개정된 군사법원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보고서 내용은 박 단장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것,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것 모두 합당했으며, 경찰로 넘어간 사건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박 단장의 항명죄 입건 등 국방부 조치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조사본부가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서 빠졌다. 국방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공수처는 조사본부의 당초 판단이 최종 보고서에서 빠진 경위와 윗선까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워터게이트 같은 권력남용 사건은 거짓이 거짓을, 외압이 외압을 낳는 특징을 보인다. 증거를 감추거나, 거짓이 탄로 나면 말을 바꾼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적 없다고 했다가 지난해 8월2일 윤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자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나 인사조치 검토 지시와 무관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실부터 국방부, 군검찰까지 총동원된 수사 외압 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사안 중대성과 혐의 소명 정도, 증거인멸, 말 맞추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핵심 인사들 소환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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