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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우려한 ‘징벌적 손배’, 감탄고토식 언론 입법 말라

입력 2024.06.05 19:20

민주당 의원 10명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여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국내외 언론단체들이 권력 감시·비판 보도를 옥죄고,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권력자들이 ‘입틀막 장치’로 악용할 수 있다고 반대한 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과거 집권당 시절인 2021년 7월 민주당이 강행처리하려다 역풍을 맞았던 법안과 판박이다. 이른바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민사 재판 승소율이 낮고 제대로 보상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손해액 범위를 최대 5배에서 3배로 줄인 정도가 과거 법안과의 차이다.

그러나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벌하고 있는데도 민사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현재 언론 소송 승소율이 낮은 것은 소송이 남발된 측면도 있다. 징벌적 손배 입법은 3년 전 해외에서도 우려가 높았다. 당시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반대 성명을 냈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국제인권 선언에 위배된다”며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 2년간 비판 언론에 대한 ‘입틀막’은 가히 노골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비판적 보도를 상시적으로 검열·징계하고, 검찰은 대선 후보 검증 보도에도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기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징벌적 배상’은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쥘 수 있는 또 하나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언론 보도엔 책임이 따르고,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악의적 보도로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개혁은 권력의 방송 장악을 막고 언론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어야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방향이어선 안 된다. 법안 발의자로 이름 올린 양문석 의원은 총선 때 ‘대학생 딸 명의 아파트의 불법 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당선되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관철시키겠다”고 한 인물이다. 이런 식으로 권력 감시·후보 검증·합리적 의혹 제기에 징벌적 손배를 갖다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은 감탄고토식 징벌적 손배 입법을 멈추기 바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네번째)가 지난 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언론개혁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네번째)가 지난 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언론개혁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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