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것저것 넣고 끓였더니 맛이 좋던데요?”
지난 4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의 한 쪽방에 웃음꽃이 폈다. 이곳에 사는 최모씨(43)는 밥솥에 담긴 국을 가리키며 “취나물과 고사리, 두부, 된장 등을 넣고 끓였는데 제법 먹을 만하다”며 “끼니를 빼놓지 않고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식사와 잠자리 등 안부를 묻던 이성애(64)·주성조씨(70)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씨 등은 탈북민인 최씨와 5개월째 인연을 맺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신청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이들 덕분에 최씨는 일용직으로 공사현장 등을 전전하던 삶을 접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고독사 예방과 실태조사를 위해 대구시가 올해부터 운영한 ‘어르신 봉사단’이 주목받고 있다. 사각지대였던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노인 인구의 취업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월 ‘즐거운 생활 지원단(이하 즐생단)’ 사업을 시작해 사회복지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60~80대 520여명을 선발했다.
즐생단 소속 단원들은 39시간의 전문적인 방문 교육을 받은 후 지난 2월부터 지역 142개 읍·면·동 및 23개 마을 복지관에 파견돼 2인 1조로 활동한다. 고독사 위험군 실태조사와 위기가구에 대한 사전방문, 후원물품 및 홍보물 전달과 같은 고독사 예방 활동을 벌인다.
이 사업은 지난해 대구 서구에서 추진한 ‘복지사각지대 주민발굴단’을 대구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즐생단원들은 약 2개월 만에 복지서비스 안내 및 홍보 1만1100회, 안부 확인 1만7338회, 후원품 전달 1946회 등의 활동을 했다.
대구시는 취약 계층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게 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읍·면·동 공무원이 이·통장, 민간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고독사 실태조사 등을 벌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즐생단원으로 동참한 어르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살리는 장점도 있다. 장선아 대구시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효율적인 일자리 모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대구지역의 고독사 발생 건수는 124명이다. 전체 사망자(1만4560명)의 약 0.9%로 전국 평균(1%)보다 낮은 편이다. 다만 2017년(85명) 이후 증가 추세인 만큼 대구시는 2027년까지 인구 10만명당 발생 수치를 20%(5.2명→4.1명)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해 8~11월 장년층(50~64세) 1인가구 전체와 청년층(20~39세) 1인가구 중 경제·심리적 취약가구 등 10만5045가구를 대상으로 고독사 위험도를 측정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1명이 ‘위험군’으로 파악됐다. 장년층은 19.5%, 청년층은 19.7%였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즐생단원의 도움을 받아 중년층(40~49세) 1인가구 전체(5만1100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다. 또 고독사 위험군 조사대상 명부를 관리해 예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4시간 인공지능(AI) 돌보미 지원 및 안부전화 사업, 생명의 전화를 활용한 고독사 예방 등도 벌인다.
봉사자 이성애씨는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선 물질적 지원과 함께 심리적인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 “방 안에만 머물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사회활동을 하는 등 변화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즐생단원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 봉사에 나섰다는 김희국씨(65)는 “힘이 되고 많이 고맙다”면서 “나처럼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말고 부디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