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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에 대북 확성기 대응, 무력 충돌로 번질 우려 크다

입력 2024.06.09 18:37

장병들이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병들이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9일부터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띄운 것에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진 것이다. 남북이 치고받는 악순환이 반복하면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8일 밤부터 오물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보냈다. 식별된 오물 풍선은 330여개인데, 그중 80여개가 남측 지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지난 1~2일 두 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을 살포한 뒤 대북전단을 다시 보내면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으로 맞대응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보내자, 다시 오물 풍선을 띄워 보낸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접경지역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금지한 2018년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했고, 확성기 재가동 준비도 끝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라고 본다. 방송 내용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에 대한 비난이 포함돼 북한이 민감하게 여긴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2015년 8월 확성기 방송에 대한 보복으로 서부 전선에서 고사포를 발사하자,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해 남북이 전면 충돌 직전까지 간 바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가 국민 안전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안전핀이 뽑힌 상태다.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끊긴 데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군사적 완충지대도 없다. 군은 이달 중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포사격 훈련을 예고한 상태다.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로 일관하다간 우발적 계기로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남북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대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빈틈없는 대북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과 별개로 ‘힘에 의한 평화’가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은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다. 지금이야말로 상호 긴장을 낮추기 위한 남북 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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