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잠만 잘 분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잠만 잘 분

입력 2024.06.09 20:29

수정 2024.06.09 20:31

펼치기/접기
[詩想과 세상]잠만 잘 분
100-15, 잠만 잘 분,
잠만 잔다는 건 시체놀이를 하라는 것
층간소음도 없고
음식 냄새가 창을 타고 넘어갈 리도 없으니
쾌적하다는 것
어차피 둘이 누울 자리는 없으니
친구나 친지도 필요 없고
먹다 남은 양파나 감자가 있으면 화초 대신 심으라는 것
거기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수맥이 지나가나?
굳기름처럼 굳은 몸을 뒤척일 때
양파나 감자가 식물성의 손을 내밀 거라는 것
그러다 꿈에 다시 군대에 가서
저의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소리치거나
외박증을 끊어 면회 온 애인과 여인숙에 들면, 들다가 깨면
장막 저편의 어머니는 내 어머니가 아니고
팔베개해 준 그녀는 내 그녀가 아니고
그래도 국민연금과 지역 의보 통지서는
언덕을 올라와, 옥탑까지 올라와,
속옷과 양말 사이에서 기어이 그이를 찾아내고
밤에 내려다보면 붉게 빛나는 수많은 십자가들 아래
제각각 누워 있는 잠만 잘 분,
성탄도 부활도 없이
잠만 잔다는 건 꼼짝도 하지 말라는 것
자면서도 그이는 손을 들고 잔다

권혁웅(1967~)


‘잠만 잘 분 구함’이라고 쓴 종이를 문에 붙인, 허름한 집을 지날 때가 있다. 다닥다닥 모여 있는 젖은 방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들이 슬픔을 왈칵 쏟아놓고 “시체놀이”하듯 잠만 자는 방. 무덤처럼 “수많은 십자가들 아래”, “제각각 누워” 겨우 숨만 쉬면서 자는 방.

그 방들이 있는 곳에도 어김없이 “국민연금과 지역 의보 통지서”는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속옷과 양말 사이에” 누운 사람들을 기어이 찾아낸다. 세상 끝 모서리에 있는, 잠만 자는 방에서 세금고지서 같은 밤들이 구겨진 쪽잠을 잔다. 움직일수록 작아져 “꼼짝도” 할 수 없는 내일이 “손을 들고” 간신히 잠을 잔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