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 인권 단체들이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서울시 조례가 폐지 기로에 서게 되자 국내·외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세계적 도시인 서울의 위상에 걸맞게 국제 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시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연대 측은 국제 장애 인권 단체의 긴급 공동 성명도 함께 발표했다. 성명에는 유럽·일본·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를 기반으로 하는 장애인 인권 단체 8곳과 개인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 탈시설 지원조례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조례는 서울시장이 장애인 탈시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장애인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2022년 7월 제정됐다. 하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시의회는 이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 장애인 단체가 탈시설 조례는 지역사회 정착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청구조례안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단체들은 탈시설 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유엔 협약을 보면 각 당사국은 탈시설 등 협약이 인정하는 모든 장애인의 권리를 이행하기 위한 적절한 법률적·행정적 조치를 해야 한다. 협약과 배치되는 관행·조치를 제한해 공공기관이 협약에 따른 행동을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단체들은 “오 시장은 탈시설의 비용을 문제 삼거나, 시설 거주를 장애인의 선택으로 호도하는 발언을 했다”며 “올해 시설 거주 예산을 증액하는 등 공공에 의한 탈시설 원칙의 위반과 왜곡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3월 “재원이 허락한다면 탈시설은 장애인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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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서울과 같은 국제적 도시의 한복판에서 공공에 의한 중대한 탈시설 왜곡이 자행됐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장애인 거주 시설 폐지와 지역사회 지원 인프라 확립이야말로 서울시가 추진해야 할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고 했다.
서울시의회는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오는 17일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