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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과학의 정치화’인가

“근거 없는 비난으로 과학의 영역까지 정치화하려고 한다.”

지난 8일 국민의힘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 등장한 문장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포항 영일만 일대 해저에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정부와 미국 기업 액트지오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유전 개발은 과학의 영역”이라며 대응한 것이다. 지난 7일에는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경제·과학의 영역을 정치 비방으로 폄훼하고 나섰다”고 공박했다.

과학은 정치권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단어다. 이유가 있다. 과학은 관측이나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분석한 뒤 ‘맞다’와 ‘틀리다’를 칼같이 판단한다. 정치는 다르다. 충돌하는 의견을 조정하거나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낸다. 타협이 여의치 않으면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정치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반응의 핵심도 데이터로 말하는 과학에 대해 어법 자체가 다른 정치가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정치인은 과학적인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될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연관된 국가 중대사가 있다면 당연히 국민을 대신해 질문해야 한다.

게다가 영일만 일대에서 석유를 찾기 위한 시추 작업이 시작되면 비용 상당 부분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예상되는 비용은 약 5000억원이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공산이 큰 일에 대해 정치권이 다양한 궁금증을 갖고 검증을 시도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진짜 과학의 정치화는 특정 정치권이 객관적인 검증이 끝난 과학 정보를 잘못된 신념이나 당리당략에 따라 왜곡하는 일이다. 기후변화는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태양 흑점 등 자연적인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해외 정치권에서 꾸준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현시점에서 영일만 일대의 석유 분석과 관련한 사안에선 과학 정보를 왜곡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숫자에 기반한 구체적인 관측 데이터가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본 적도 없는 데이터를 왜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결국 석유 존재 가능성을 분석·발표하는 과정에서 나온 “과학의 정치화를 경계하라”는 취지의 말은 “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잠자코 기다리라”는 뜻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논리대로라면 액트지오가 제대로 된 능력을 지닌 기업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보고 석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묻는 행위는 괜한 어깃장이 된다.

석유 개발은 중차대한 사안이다. 한국 경제의 짐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기후변화 시대에 산유국의 의미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에너지 조달 비용을 줄일 유전이 발견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단 파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팔 때 파더라도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 석유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라도 분석 과정 전반에 대한 공개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그걸 거부하는 것이 바로 과학의 정치화다.

이정호 산업부 차장

이정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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