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10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단독 개원으로 문을 연 22대 국회가 원구성 역시 ‘반쪽’의 참여로 시작했다. 여야 충돌 격화에 따른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졌다.
야권은 이날 오후 9시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4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했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 11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운영위원장엔 3선 박찬대 원내대표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엔 재선 최민희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은 교육위원장에 김영호 의원, 행정안전위원장에 신정훈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전재수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어기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 박주민 의원, 환경노동위원장에 안호영 의원, 국토위원장에 맹성규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예산결산위원장엔 박정 의원이 뽑혔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원내대표 회동,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이어가며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원내 과반을 확보한 민주당은 핵심인 이들 3곳을 포함해 11곳의 상임위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 2당인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각각 맡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운영위원장직을 가져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협상이 공전되자 민주당은 ‘총선 민심’과 국회법상 규정을 명분으로 원구성을 강행했다. 170석을 안겨준 22대 총선 민의를 따르고, ‘상임위원장 선거는 총선거 후 첫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는 국회법 41조를 준수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우 의장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 열기 위해 원구성 협상 타결되도록 최대한 기다렸지만 현재로선 상황에 변동이 없어 보인다”라며 “마지막까지 의견이 조정되지 않으면 국회법을 따르는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개의 직후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라며 “앞으로 국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당리당략적 악법들이 일방적으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을 향해서는 “이 모든 것을 중재하고 협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람이 국회의장인데, 민주당의 의원총회 대변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13일 기획재정위원장 등 남은 7개 상임위원장직에 대해서도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본회의는 국회법상 목요일에 하게 돼 있다”라며 “국민의힘이 원구성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장이 시기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남은 상임위원장 7석을 모두 차지하면 21대 전반기 국회 때처럼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된다. 당시 국회는 원구성을 둔 여야의 대치 속에 임기 시작 48일만에 개원식을 열었다.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