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만해협 주변에 수천기의 드론 등 무인 무기를 배치하는 ‘지옥도’(hellscape) 구상을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할 계획이라고 새뮤얼 퍼파로 신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0일(현지시간) 퍼파로 사령관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를 계기로 한 인터뷰에서 “나는 기밀로 분류된 (군사) 역량을 동원해 대만해협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옥도 구상은 중국 함대가 대만해협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마자 미군이 수천기의 무인 잠수정, 무인 수상함, 드론 등을 대만해협 전역에 배치하는 것으로, 대만군과 미군 및 파트너 국가 군대가 전면 대응에 나서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라고 WP는 전했다.
퍼파로 사령관은 “그들(중국)의 삶을 한 달 동안 완전히 비참하게 만들어 이후 우리가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플랜 A’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용 무인 수상함 등을 포함해 수상·수중·공중 무인 무기 시스템을 확충하고, 이를 유사시 ‘드론 떼’처럼 해상에 대거 투입해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중국의 대만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지난 3월 미 국방부는 수상·공중 무인 무기체계 도입 시스템인 ‘레플리케이터’ 프로그램에 1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이와 관련해 “함정, 미사일, 인구 규모 등에서 중국이 지닌 (양적) 우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존 애퀼리노 전 인도태평양 사령관도 미국의 무인 무기 역량이 중국에 대한 “비대칭적 우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드론 등 무인 무기체계 확보가 어느 시점에 완성될지는 미지수이다. WP는 미 싱크탱크들의 대만해협과 관련한 ‘워게임’에 따르면 다량의 드론이 제때 준비되지 않을 경우 미 해·공군 자산이 심각한 손상을 입는 것은 물론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미국의 역내 동맹국들까지 개입해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또한 드론만으로는 중국의 대규모 군비 확장에 대응할 수 없다고 퍼파로 사령관은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연간 국방예산을 실제 공표된 금액보다 3배 많은 7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WP는 인도태평양사령부 예산이 올해에만 110억 달러 부족하고, 미국이 ‘항공모함 킬러’인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을 수단이 없는 등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