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일 다른 야당들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운영·법제사법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헌정사 최초로 여당이 불참한 채 개원했고, 상임위 구성도 반쪽으로 개문발차했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을 다룰 법사위를 두고 여야가 쟁탈하고 대화는 시늉에 그칠 때 예정된 파행이었다. 거야 독주와 여당 보이콧이 충돌하는 식물국회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민생과 안보 모두 비상인데 협치 뜻은 ‘1’도 없는 여야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11일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시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정책위 산하에 특위를 만들고 당정협의를 통한 ‘시행령 정치’로 국회를 우회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입법부 일원으로 국정 책임을 공유하되 최소한의 견제도 해야 할 집권여당의 책무를 망각한 반헌법적인 처사다. 여당은 앞으로 4년 동안 ‘국회 따로, 정부 따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인가. 당장 개각 후 국회 인사청문회같이 야당 없이 불가능한 국회 운영은 어찌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에서도 버티기로 일괄할 뿐 여당다운 모습은 없었다. 운영·법사위 확보 입장만 반복한 채 국회의장과의 회동까지 두차례 거부하는 옹졸한 정치를 보였다. 본회의를 앞둔 10일 밤에야 운영위 양보를 시사했는데, 애초 법사위 사수를 못할 거면 거야 독주 모양새라도 만들겠다는 속계산은 아니었나.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는 심의 지체·거부로 숱하게 파행했다. 그걸 피해 야권이 패스트트랙에 태우고, 그렇게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한둘이었나. 여야는 내로남불식 국회 운영을 접고, 차제에 ‘상왕 상임위’인 법사위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국회 1당에 걸맞게 협상 카드를 제시하며 대화하고 설득했는지 의문스럽다. 운영·법사·과방위를 모두 맡겠다는 강경 입장만 고수하지는 않았나. 모든 걸 다수결로 한다면 승자독식만 있을 뿐 정치가 설 공간은 없다. 11일 즉시 11개 상임위를 가동하며 속도전에 나서고 나머지 7개 상임위 독식도 열어둔 대여 압박은 국회와 협치를 더욱 수렁에 빠트릴 뿐이다. 정치를 복원하라는 총선 민심에서 여도 야도 어긋나 있다.
지금 나라 안팎은 심각한 위기다. 고물가·고금리 속 민생은 비명을 지르고, 안보는 우발적 충돌을 걱정할 만큼 긴박하다. 여야는 모 아니면 도식의 ‘자당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화·타협으로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민생·안보·미래 현안을 챙기는 일하는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