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재로 물 사용 않는 ‘4세대’
버핏 소유 발전소 부지에 마련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 와이오밍주에서 SMR 실증단지 건설을 시작했다.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4세대 SMR 착공에 나선 것은 미 기업 중 테라파워가 최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했다. SK그룹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했다.
테라파워는 10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고 4세대 SMR 원자로인 ‘나트륨’을 포함한 전력 생산 장비와 기타 제반 공사에 돌입했다고 SK가 11일 전했다. 실증단지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피콥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내에 마련된다. 약 25만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345㎿(메가와트)급 단지로 구축된다. 2030년까지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까지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점이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게이츠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주) 그린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게이츠는 “이 차세대 발전소가 미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주)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아시아 사업 진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SMR은 기존 원전에서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이다. 소요 부지 규모가 작아 도시와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하기 유리하다.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형 원전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경수형인 3세대는 고온 핵연료를 식혀주는 냉각재로 물을 쓰지만, 4세대 비경수형 원자로는 물 대신 액체금속, 가스 등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