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갭 코로나19 이전으로…가계·기업 부채 리스크 낮아져

박상영 기자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상환 관련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상환 관련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경제 규모 대비 가계와 기업의 신용 위험도가 모처럼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보면 한국의 신용 갭은 지난해 3분기 말 10.5%포인트에서 4분기 말 6.3%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말의 5.9% 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 갭이 10% 포인트 선을 밑돈 것도 2020년 2분기 말 이후 처음이다.

신용 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이탈했는지 보여주는 부채 위험 평가 지표다.

민간신용 비율의 상승 속도가 과거 추세보다 빠를수록 갭이 벌어지는데, BIS는 잠재적인 국가별 신용위기를 가늠하는 데 이 지표를 사용한다. BIS는 신용 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단계, 2~10%포인트면 ‘주의’ 단계,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단계로 각각 분류한다.

지난해 말 경보에서 주의로 위험도가 낮아진 셈이다. 앞서 한국 신용 갭은 2017년 4분기 말(-2.9%포인트)을 변곡점으로 상승 전환해 2019년 2분기 말(3.0% 포인트) 주의 단계로 진입했다. 가파르게 치솟은 신용 갭은 2021년 3분기 말(17.4% 포인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온 끝에 지난해 4분기 말에는 10%포인트 선 아래로 내려왔다.

신용 갭의 대폭 축소는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지난해 4분기 말 222.7%로, 전 분기(225.5%)보다 상당 폭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에서 100.5%로,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4.0%에서 122.3%로 각각 줄어들었다.

이번 통계에는 지난 5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기준 연도 개편은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신용 갭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BIS 조사 대상 44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일본(각 12.0%), 태국(7.1%)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으며, 하위 39개국이 마이너스(-) 갭을 기록한 것과도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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