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보다 질기고 76만5천볼트보다 강한 ‘우리’

사진·글 정효진 기자
[금주의 B컷]전깃줄보다 질기고 76만5천볼트보다 강한 ‘우리’

정전된 집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던 순간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눈이 어둠에 적응하며 익숙한 풍경을 보기 시작할 때쯤 불이 켜졌다. 온통 깜깜하던 세상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마법이 아닐 리 없었다.

코드 하나, 스위치 하나면 되는 마법 속에서 살아 실감하지 못하지만 전기는 마법이 아니라 생산품이다. 누군가는 전기를 만들고, 옮기고, 저장하고, 판매한다. 그 과정에서 송전탑이 세워진다. 전선을 걸고 전기를 옮기기 위해서다.

10년 전 경남 밀양시에 대규모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밀양 주민들은 거세게 싸웠고,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함께했다. 지난 8일 전국 15개 지역에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밀양에 다시 모였다. 송전탑 아래를 걷는 사람들은 작았다. 100m가 넘는 송전탑을 그저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겠다”고 했다. “삼척과 당진, 태안과 새만금, 부산과 울산을 가로질러 여기 모여 있는 우리는 765㎸(킬로볼트)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송전선을 타고 전기가 흐르고, 우산을 타고 빗물이 흘렀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10년 전 외침도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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