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 위험지수를 제안한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통계청이 지난 5월28일 발표한 시도별 학령인구 중위 추계(시나리오) 자료에 의하면 올해 수도권의 초등학령인구가 비수도권보다 약 8000명 많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초등학생 수 역전이 일어났다. 2052년에는 그 격차가 17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2052년 초등학령인구의 11.6%에 해당하고 2052년 부산과 인천의 초등학령인구를 합친 큰 수이다.

공식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항상 비수도권의 초등학령인구가 수도권보다 많았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역전 현상이 2025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역전 시기가 한 해 앞당겨졌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자료이기에 2년 사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 초등학령인구 감소의 수준이 다르기에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는 새로운 지수가 필요하다.

일본의 전 총무대신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 소멸>이라는 저서에서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발표했다.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지수이다. 이 지수가 1.5 이상이면 소멸 위험이 매우 낮은 ‘소멸 저위험 지역’, 1.0~1.5 미만인 경우 ‘보통’, 0.5~1.0 미만인 경우 ‘주의’, 0.2~0.5 미만은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7년생은 처음으로 30만명대로 줄어든 아이들이다. 2016년에는 약 41만명의 아이가 태어났지만 2017년에는 약 36만명이 출생했다. 전년 대비 약 5만명이 적게 태어났고,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2011년생(약 47만명)보다 약 11만명 적다. 11만명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2024년 대구광역시의 모든 초등학생 수와 비슷하다.

통계청이 2024년 발표한 초등학령인구 저위 추계에 의하면 2024년 대비 2034년까지 전국의 초등학령인구는 50.4% 수준으로 유지된다. 10년 뒤 세종은 62.5%, 경남은 42.9%의 수준으로 유지된다. 초등학령인구가 가장 적게 감소하는 세종도 안심할 수 없다. 2022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70.6% 수준으로 초등학령인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년이 지난 올해 8.1%나 더 줄어 62.5%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 시도별 혹은 기초자치단체별로 학생 수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줄 지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 수 감소 위험지수’를 제안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를 초중고 전체 학생 수로 나눈 지수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보통 전체 학생 수의 12분의 1이다. 따라서 8.3% 정도가 정상이다. 출생아 수가 매해 일정하지 않으므로 8~8.6%는 보통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전체 초등학생 수의 8.0% 미만~6.5%인 지역은 학생 수 감소가 시작되는 ‘주의 지역’으로 봐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6.5% 미만~5%인 지역은 12년 뒤 25% 이상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 지역’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5% 미만인 지역은 12년 뒤 학생 수가 50%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고위험 지역’으로 선정해야 한다.

2023년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초1 학생 수 비중은 전국적으로 7.7%이다. 학생 수 감소 위험지수로 보면 전국적으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국 대부분이 ‘주의 지역’이지만 세종은 8.7%로 ‘증가 지역’이고 경기는 8.0%로 ‘보통 지역’이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6.8%로 ‘위험 지역’에 근접해 있다. 초등학생 수가 전년 대비 약 11만명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2024년에는 많은 지역이 ‘위험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학생 수의 감소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유지해온 모든 시스템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사전에 이를 감지하게 하는 경고등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Today`s HOT
놀란 마을 주민들, 멜버른에서 일어난 주택 붕괴.. 일본 경제의 활성화, 관광객들의 신사 유적지 방문 새해 맞이 번영 기원, 불가리아 수바 의식 브뤼셀에서 열린 근로 조건 개선 시위
2025 도쿄 오토 살롱 차별 종식, 인도에서 열린 트랜스젠더들의 집회
전쟁으로 얼룩진 이스라엘 군인의 장례식.. 산불로 피해 입은 캘리포니아주
독일 연방의회 선거 앞둔 후보자들의 활동 에티오피아의 지진.. 주민들의 대피 주님의 축일 맞이 아기 세례 강물에 입수하는 풍습, 네팔 마다브 나라얀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