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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타샤 이야기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나의 나타샤 이야기

쟁반 같은 어깨 위로 빼꼼하게 솟아난 얼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최근 있었다. 사람의 생각이 언어의 지평 위로 드러난 것이라면 얼굴은 몸에서 가장 전위적으로 표현된 부분이겠다. 저 얼굴의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모두 익명의 섬을 떠도는 안개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오래전,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의 사할린 꽃산행에 참가했을 때의 이야기. 현관부터 시작해서 몇 개의 문을 통과하고 출국심사대에 섰다. 심사관은 여권 사진과 실제 얼굴을 이모저모 대조하였다. 그즈음 누가 급격히 휩쓸고 간 내 마음의 주소를 몇 년 전의 모습에서 찾기가 어려웠던가.

사할린에서 먼저 마주한 건 텁텁한 공기와 낯선 문자였다. 영어 알파벳과는 족보를 전혀 달리하는 키릴 문자들. 건조하고 딱딱한 러시아 관리들의 따발총처럼 빠른 말투. 그들 앞에 또 섰다. 그 역시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발행한 여권과 한 사내의 얼굴을 여러 번 힐끔거렸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몹시 붐비는 국제공항.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 방황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일행 중의 한 분이 말했다. “같은 눈, 코, 귀, 입으로 이루어졌는데 얼굴들이 달라도 참 너무 다르네요.”

삼삼오오 둘러서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데 이번 여행을 이끄는 분의 입에서 문득 사할린 가이드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나타샤. 그를 듣는 순간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오른 건 당연한 궁합이었다. 여기는 평안도 정주보다도 훨씬 북방의 아주 낯선 곳.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련하고 강렬했던 나타샤가 아닌가. 이런저런 말문이 열리고 그 끝에 저 이름이 귓전에 앉을 때 이에 걸맞게 내 ‘나타샤’의 얼굴을 그려보는 것.

아뿔싸, 여러 기대 속에 이윽고 나타난 나타샤는 사뭇 다른 동네 사람이었다. 강원도 사투리가 조금 섞인 듯한 억양의 40대 후반 한인 여성이다.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심정으로 이곳 사할린까지 왔던 분들의 후예답게 거칠 것이 없이 매우 매운 태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고 할 때의 그 나타샤와의 상봉은 아쉽게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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