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세비 루팡 돼서야 되겠나” 국민의힘 출석 유도 전략
여당·정부 ‘보이콧’ 장기화 땐 야당 상임위 독주 한계 못 벗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엄호 법안 발의에 우려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연일 ‘입법 속도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여당의 ‘특위 정치’에 맞서 입법주도권을 강조하는 행보다. 여당 기류에 호응한 정부의 집단적 ‘보이콧’ 움직임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대한 해법도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단독으로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한 것이 입법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면서 ‘의회 독주’ 비판을 피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원이 ‘세비 루팡’이 돼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입법 속도전은 국민의힘의 본회의 ‘강제 출석’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이 반대하는 법안을 민주당이 빠르게 처리하면 거부권이 다시 행사돼 국회 재의결이 필요해진다. 국민의힘은 재의결을 막으려면 본회의에 출석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등원 거부 의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안을 내놓으며 압박하고 있다. 황정아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본회의·상임위 등에 불출석하면 수당·특별활동비 등을 감액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여당의 자체 특위 가동 전략은 입법권이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여당이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특위를 운영하면서, 야당 단독 상임위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의 7개 부처 차관들이 여당 특위에 참석하고 야당의 상임위에 불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를 ‘의정활동 방해행위’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입법 청문회나 현안질의 청문회를 열어 정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거부하면 동행명령·고발조치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어떻게 돌파할지도 과제다. 야당이 신속히 다량의 법안을 처리해도 거부권이 행사되면 대다수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민주당은 잦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부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에선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야당 입법 속도전의 성패는 여론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법안과 특검법 등에 이어질 거부권 정국에서 얼마나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느냐가 야당 주도 국회의 정당성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기간의 독주에도 성과가 없고, ‘극한 대치’만 반복되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