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사노동자의 날’ 앞둔 돌봄 노동자들 “가사 노동 폄훼 발언 중단하라”

이예슬 기자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이틀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이틀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돌봄 노동자들이 “정치권과 경제계는 가사 노동 폄훼 발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YWCA연합회·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한국가사노동자협회·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은 14일 국회 앞에서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법 제4조 사업 종류별 구분 당장 폐지하라’ ‘돌봄노동 가치 무시하는 차별 망언 중단하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최저임금 적용하라” “돌봄 노동은 싸구려 노동이 아니다”라며 구호를 외쳤다. 최영미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 “여러분들 교통비, 점심 식대 받습니까? 이동시간 근무시간입니까?”라고 묻자 “아니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은 6월 16일로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6월 16일 ‘가사 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으며 2012년 제 101차 총회에서 6월 16일을 국제가사노동자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정치권·경제계를 향해 “돌봄노동 폄훼 발언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사 돌봄 노동에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고,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을 가사 노동자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제도적으로 이러한 일이 가능하지 않으니 최저임금 차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미령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은 ‘가사 서비스 구분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며 “정부와 기업은 가사 노동자에 대한 망언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이틀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가 가사노동자가 직접 적은 근무기록표를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이틀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가 가사노동자가 직접 적은 근무기록표를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여전히 열악한 가사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최 위원은 이날 회견에서 가사 돌봄 노동자·아이 돌봄 노동자·장애인 활동 지원사 등의 실제 급여 내역과 근로 시간 등을 공개했다. 그는 “2년 차 가사 돌봄 노동자는 지난 5월 21가구를 방문하면서도 교통비를 받지 못했고, 돌봄 노동자 중계 어플을 통해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임금 대장을 받지 못해 일한 내역을 수기로 모두 적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력 17년인 베테랑 돌봄 노동자는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지난 5월 90시간을 일하고 88만원을 받았다”며 “ILO 총회와 유엔에서는 돌봄 경제에 투자하라고 하는데 한국 사회만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서로 다른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중요 쟁점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는 돌봄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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