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울 “(총선 결과) 득표율 기준으론 경합”
김봉신 “강성 지지자와 전체 유권자 다른 흐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을 평가하기 위해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선거 압승’에 도취돼선 안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압승에 안주하기 힘든 불안 요인이 많은 만큼, 중도층의 기대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2대 총선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직 독식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개최됐다. 야당은 지난 10일 여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법제사법위, 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갔다. 그 뒤 ‘총선 민심’을 강조하며 각종 특검법안 등을 처리해왔다.
민주당은 이날도 민심을 근거로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국민들께서는 (지난 총선에서) 서민만의 고통을 요구하는 잘못된 경제정책, 권력을 이용해 언론 자유를 짓밟는 반민주주의 폭거, 법을 무기로 정적을 제거하는 정치검찰의 행태를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며 “우리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성실히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에 도취돼선 안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리서치 연구업체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원장은 “민주당은 의석수 기준으로 압승했지만, 득표율 기준으로는 (국민의힘과) 경합세를 보였다”라며 “2020년 총선에서 양당 격차는 8.5%포인트(244만표)인데, 이번 선거에선 5.4%포인트(160만표)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선 정권 심판론이 압도적이었지만, 야당 심판론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에 대한 공감도 41~43%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일방적 선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와 2020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의 국정 지지율은 급락한 바 있다”라며 “이런 전철을 되밟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이를 위해선 민주당이 중도층 기대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원하는 방향이 민주당이 강조하는 것처럼 ‘강한 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사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안정희구’를 원하는 응답자는 이번 총선에서 61%로 지난 총선(69%)보다 줄어들었으나, ‘개혁우선’을 원하는 이들(32%)보다 두배 수준으로 많았다.
실제 개혁을 표방한 야당의 ‘의회 독주’에 대한 민심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앞으로 4년 동안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잘할 것이다’는 44%, ‘잘하지 못할 것이다’는 52%로 나타났다. 또 야권이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가져간 것과 관련해서도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자가 49%로 ‘좋게 본다’(37%) 보다 많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의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중도층 지지자들의 이탈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부대표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회의장 경선 정국에서 추미애 당선자의 탈락으로 당원들이 탈당했다고 하지만, 당 지지도가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았다”라며 “반면 최근의 당헌·당규 개정 이후에는 하락해 고관여(강성) 지지자의 정치적 요구가 전체 유권자의 지지율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중도 성향자의 지지를 잃게 돼 민주당 지지자의 규모가 과거 촛불 정국 시기와 비슷한 규모로 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 지지층 이목을 끌기 위한 정치인들의 유튜브 출연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지금 유권자들의 정서는 ‘분노’가 아닌 ‘불안’인데, 민주당 정치인 중에 유튜브에 출연해 분노를 선동하는 분들이 보여 걱정스럽다”며 “더 강한 언어, 더 센 발언으로 뭔가를 지르고 다니면 사태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자기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득구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은 “이번 총선에서 유튜브가 민주당 압승에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와 연대는 필요하며,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확장성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