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블랙리스트’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집행유예 확정

김나연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건물.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건물.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표를 내도록 종용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에 대해 징역 1년7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후 비서실장, 비서실 부실장 등과 공모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6곳의 임직원 9명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의 잔여 임기, 공무원 출신 여부 등이 표시된 임직원 현황자료를 보고받아 관리했다. 전임 시장 재임 중에 임명된 임직원들을 대거 교체하기 위함이었다. 이 사건은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불렸다.

1심과 2심은 공공기관 6곳 중 4곳의 임직원 사직서 종용에 대한 부분을 유죄로 보고 오 전 시장에게 징역 1년7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비서실장과 비서실 부실장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지방정부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직서를 일괄 징수해 하루아침에 직위와 신분을 상실하게 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시나 승인 없이는 일괄 사직서 징수, 임원 교체작업 등 구체적인 행위들이 이뤄질 수 없었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이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2018년과 2020년 여성 직원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2021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오는 26일 만기 출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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