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벽두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개혁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기치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약속 이행에 속도를 내는 건 온당하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거나 발의를 검토 중인 법안들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용’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렇게 정파적 색채로 덧칠되면 검찰개혁 자체의 명분과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북송금 관련 검찰조작 특검법’을 발의했다. 7일에는 민주당 검찰개혁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이 ‘수사기관 무고죄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수사기관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행위에 가담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이건태 의원은 12일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표적수사 금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판사·검사가 법을 왜곡해 처분하면 처벌하는 ‘법 왜곡죄’ 신설도 검토 중이다.
이 법안들은 현 정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5차례 기소한 것,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1심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검찰이 이 대표를 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는 등 불법 수사를 했고, 1심 재판부는 쌍방울 대북 송금 목적이 주가 부양이라는 국정원 보고서가 있음에도 도외시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이런 주장을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진위는 법정에서 다툴 일이다. 지금처럼 입법 문제로 직결하면 이 대표 수사·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중구난방식 위인설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을 연내에 이루겠다고 공언한 터다.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의 본류인 셈이다. 그러면서 수사권 있는 검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수사기관 무고죄법’ ‘표적수사 금지법’ ‘법 왜곡죄’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개혁은 명분이 서야 성공하고, 명분은 사익이 아닌 공익, 정파성이 아닌 보편타당성을 추구할 때 만들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언론 개혁이 실패한 것은 상황 논리에 따른 땜질식 개혁, 감탄고토식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실패한 개혁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지금 민주당이 할 일은 개혁의 본류에 집중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언론 개혁의 정도를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