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한 데 이어, 18일 일부 동네 병의원들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문을 닫았다. 이날 의협은 서울 여의대로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의대 증원을 철회시키기 위해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병원을 비우고 집단행동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이 이미 4개월을 넘겼다. 그럼에도 타협을 모르고 ‘끝까지 가보자’는 의·정 치킨게임에 진저리가 난다.
의협은 의대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 즉각 소급 취소 등 3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의 주장은 지나치다. 의대 증원은 이미 대학별 정원을 확정했다. 전공의들에겐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정부가 물러섰는데도 행정처분을 아예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인가. 더 큰 문제는 대학병원 휴진이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대 교수들도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빅5’ 병원 가운데 3곳이 휴진 뜻을 모았다.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국립암센터 병상을 확대 가동하겠다곤 했지만, 국립암센터마저 휴진 검토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공공의료기관까지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겠다니 직업윤리를 팽개친 것 아닌가.
의료 공백 사태를 참고 견뎌온 국민의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휴진 의원 불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는 집단휴진을 비판하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대자보가 내걸렸다고 한다.
환자들은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고, 경영난으로 간호사와 병원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병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때에 ‘의대 증원 재논의’ 주장을 여전히 붙들고, 병원을 비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의사들은 휴진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정부·의료계는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사태 수습을 위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들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