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모병제 국가여서 징병 대상 포함 여부가 당장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NYT는 다만 의원들이 전세계적으로 전쟁 위험이 늘어난 반면 군인 채용은 어려운 시대상을 고려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NYT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14일 가결 처리한 국방수권법안(NDAA)과 관련해 “의회는 의무 징병을 여성까지 확대하고, 징집 대상자를 자동으로 등록되게 하는 등 징병제 갱신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의회가 여성을 징집 대상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미국이 최근 몇 년 새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NYT가 인용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현역 전투병으로 복무하는 사람은 1%를 밑돈다. NYT는 “전 세계에 많은 위험과 분쟁이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군의 준비 태세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시기에 의원들이 징병제에 대해 어떻게 다시 생각하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이 실제 징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현재 미국이 징병제 국가가 아니다. 베트남 전쟁 중이던 1973년을 마지막으로 미국은 모병제 운용 국가가 됐다. 현행법상 18~25세 남성이 군 당국에 징집 대상으로 자신을 등록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전쟁이 일어나 병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 정보를 미리 확보하는 차원일 뿐 당장 병력 운용과는 관계가 없다. NYT는 “어느 누구도 강제 징병 안을 당장 복원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여성을 징병 대상으로 포함하는 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미국에서 여성은 2016년부터 군의 모든 보직에서 복무할 수 있게 됐으며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보수 공화당이 수년간 강력히 반대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특히 공화당 내 극우 정치인들의 반대가 매우 심하다.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미군의 진보화가 강제된다는 등 이유에서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공화·미주리)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징병 대상에 여성을 포함하면 안 된다. 그들의 원하지 않는다면 복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남성 징집 대상 등록을 자동화하는 안은 논란을 덜 일으켰다고 NYT는 전했다. 그동안은 일정 나이가 되면 군 당국의 징병 대상에 자신을 등록하는 게 법적 의무라는 사실을 군 당국 등 기관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해서 해마다 수백만 달러 지출이 발생했다고 한다. 현재도 최소 46개 주(州) 등에선 남성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거나 대학에 지원할 때 자동 등록하게 돼 있어, 2023년 기준 전체 등록 대상 84%로 등록률 자체가 낮지는 않다. 크리시 훌라한 하원의원은(민주·펜실베니아) “더 많은 미국 납세자들을 위해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징병제 재도입으로 오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던 독일 역시 최근 ‘선택적 군복무제’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 국방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안에 따르면 당국은 군복무 연령인 18세 이상 청년에게 복무 의사, 체력 등을 묻는 설문지를 보내되, 복무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만 신병을 선발하게 된다. 모병제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독일식 설문에서 남성은 의무 답변 대상이며, 여성은 의무 없이 자발적 응답은 가능하다. 독일 헌법인 기본법에는 ‘남성은 18세부터 군대나 국경수비대, 민방위에 의무적으로 복무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여성 징병으로 나아가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