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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년…피해자 90% ‘신고 포기’

입력 2024.06.23 13:23

수정 2024.06.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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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한국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을 스케치북에 써서 들고 있다. 조해람 기자

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한국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을 스케치북에 써서 들고 있다. 조해람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일터에서 괴롭힘이 줄어들었지만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계 요구대로 괴롭힘 판단 기준에 지속성·반복성 요건을 신설할 경우 신고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다음달 시행된 지 만 5년이 된다.

2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3명(32%)은 지난 1년간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 3분기 조사 결과(44.5%)보다 12.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직장인 10명 중 6명(60.6%)은 법 시행 이후 다니는 일터에서 괴롭힘이 실제로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법의 한계도 뚜렷했다. 지난 5년간 피해자 중 심각한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40% 안팎을 유지했고, 비정규직 괴롭힘 심각성은 되레 악화됐다. 2019년 10월 조사에서 심각한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비정규직 39.9%, 정규직 37.3%로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가 오차범위 내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비정규직의 괴롭힘 심각 응답 비율이 정규직보다 8.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괴롭힘 피해 이후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어떤 형태로든 신고가 이뤄진 사례는 10.3%에 불과한 셈이다. 법 시행 직후인 2020년 3분기 응답과 비교해보면 사내 신고율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관련 기관 신고는 감소했다.

괴롭힘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미진했다. ‘조사기간 동안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62.8%, ‘괴롭힘 사실 확인 후 근무장소 변경, 배치 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48.8%였다.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51.2%였다.

직장갑질119는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장 내 자율적 예방·대응을 통해 일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편의에 따라 적용 대상을 제한하거나 형사처벌을 염두에 두고 일벌백계에 집중하는 것으로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최근 재계와 학계 일부는 ‘괴롭힘 판단 요건 강화’ ‘허위 신고’ 등의 주장을 앞세워 신고 자체를 위축시키고, 법 취지를 훼손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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